겨울의 차, 견습생 1년

차농도만 짙어지진 않겠지

by H Jung

겨울의 다실. 가마가 다다미 안쪽으로 들어갔다. 방안의 온기를 공간 중심에서 손님들과 나누기 위함이다. 어느 분주하고 산만했던 아침, 집에서 오늘은 커피 대신 차를 혼자 타보면 마음을 가라앉혀 보겠다고 후쿠사(帛紗, 다도용 손수건)를 찾다가 문득 알아차렸다.


다도를 배운 지 이제 꼭 1년.

그래서였구나. 선생님이 초심자 코스를 정식 제안하셨다. 코스를 따는데 얼마나 걸리는지는 정해진 기한이 없으며 수련자의 태도, 연습정도 등에 따라 과정과 결과는 달라진다. 레벨 1,2,3 done 통과! 보다는 '네게 하산을 허하노라'의 느낌이랄까.


늘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시며 꼭 엄지공주 같은 작은 체구의 선생님은 최근 변경된 규정에 따라 중급도 같이 도전하길 권하셨지만 나에게 하노이에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고, 또 서두르며 급하게 따고 싶지 않아 초급만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문자로 보냈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 일본어로 작성해 보냈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감동을 표현하시는 너무 사랑스러우신 선생님.


행사, 계절, 다기구들에 따라 하도 바뀌는 게 많아 가면 늘 새로 배운다는 마음으로 "같고 또 다른 것"을 반복하고 다른 사람이 차를 내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 배운다. 요즘의 문화로 학교에서는 교수님이 보드 가득 채워 판서하면 찰칵! 하고 찍어간다 하고, 누구나 원하는 순간에 녹화, 녹음이 가능한 시간에 살고 있건만 그 누구도 메모하지 않고 선생님이 해주시는 교정을 들으며 그저 늘 가만히 지켜보며 몸으로 익힌다. (1명이 정주 역할로 차를 내리며 선생님이 교정해 주시고, 나머지는 맞은편에서 손님 역할을 하며 배우는 식이다)


첨엔 잊을까 봐 초조히 집중하고 폰을 옆에 두고 적기도 했는데 차를 배우며 지향하는 바와 반대라는 걸 알고는 그만뒀다. 이제 겨우 까먹는다는 걸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수준이랄까. 까먹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에헤 까먹었네' 하고 넘기는 것이다. 대신 보고 눈에 담고 틀리면 다시 익히고 반복한다. 그 과정 안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진한 차 한잔을 정성스레 타고 또 그 한잔을 손님이 잘 즐겨주길 가만히 기다리며 동시에 떠다니는 여러 마음의 침전을 기다린다. 그렇게 그 시간에 머묾을 조금 더 즐기게 된 게 지난 1년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지금도 무릎 꿇는 건 어렵고, 일본어는 더더 어렵고, 현타도 세게 올 때가 없진 않지만... 으. 잘하고 싶다.


KakaoTalk_20250121_160042445.jpg 한 베트남 연습생이 만들어온 다식. 남자인데, 자기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란다. 거짓말 같다.


누군가가 "차는 얼마나 배워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하나에서 시작하여 열을 알고 열에서 다시 되돌아오는 처음 그 하나"라고 한 말을 읽었다. 그런 마음으로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는 거지 모. 그러다보면 어딘가에 다다르기를.



* 고이차 시작 (濃茶, Koicha, Thick Tea)

차통이 대추모양의 가벼운 '나츠메(棗)'에서 무게감 있는 도자기 '차이레(茶入)'로 변경. 다양한 전통 문양의 천으로 만든 파우치, 시후쿠(仕覆)가 특히 너무 아름답다. 엄청 진한차라 빈속에 한잔 마시고 나니 조금 어지럽기도 했다. 다음에 시후쿠의 사진을 담아와야지.


KakaoTalk_20250121_160025633.jpg 일 년 만에 다시 만난 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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