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달랏에서 읽었어요
"중세 사람들이 전기를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고대 사람들이 원자 폭탄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모든 것은 인식의 문을 여는 데 달렸어 (...) 우리한테 보이지 않다가 장막을 걷는 순간 선명하게 드러나는 세계가 있어.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기억해? <인식의 문을 깨끗이 닦는 순간 모든 것은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 무한히 드러난다>고 그는 말했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잠>을 읽으며 내가 '인식하는 것'과 무의식 세계에 대해 곰곰이...... 울림, 공명, 감흥, 아닌데 울림 이건 했던 말이잖아 감명 ㅍ... 파장, 연상, 아! 사유! 와우. 사유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이렇게 삥 돌아온다. 요즘 뇌가 어디가 고장 난 것 같아. 안 쓰니까 녹슨 거겠지? 잠으로 고칠 수 있을까. 암튼 '인식'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말이다. 내 사고의 '프레임'과 비슷하게 여길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인식, 사회적 통념과 직접 눈으로 본 것 중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은 무엇일까. 막연히 아무래도 가장 직접적이라는 이유로 눈으로 직접 본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식이더라. 옆에서 다른 누가 뭐라고 해도, 그럴듯하게 내 눈앞에 갖다 놔도. 내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이었다.
근데 또 뇌는 퍽이나 바보 같은 면이 있으니 그 인식세계에 틈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조금씩 비집고 확장하다 보면 어느새 그 세계가 넓어져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섞인 감상을 남겨보며... 괜히 연말이 되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끄적거리기.
소설 속 수면 과학자 카롤린은 몇 편 보진 않았지만 꼭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의 오티스의 엄마가 떠올랐더랬다. 아이를 가장 친애하는 연구 대상처럼 대하는 태도나 온갖 연구를 하며 정작 자기의 그것은 못챙기는 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