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그 빛이 닿을 날을 응원해
마치 모처럼 오랜만에 터를 잡았다는 듯이 작정하고 내리쬐던 오늘의 태양빛. 땅을 지글지글 다 데워 간간히 부는 바람도 뜨거운 하루였다. 오후 7시에도 체감온도는 40도를 나타내고 있으니 한낮의 더위 설명은 더할 필요도 없겠지.
주일 예배 후 아이 학교 뮤지컬 마지막 공연을 보고 최근 개업한 한식당에 가 이른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온 순간. 느지막이 저무는 여름 태양이 또 이렇게 선물 같은 찰나를 안겨줬다. 어두운 집 안, 길고 좁다랗게 들어온 노란 태양빛 한 줄.
원래 해가 잘 안 드는 거실인데 바깥 건물 사이, 우리 집 방구조, 가구 틈을 비집고 이렇게 잠깐동안 빛이 들었더랬다. 한 5분 남짓 했으려나. 나흘 전 첫 공연 때 내가 딸아이에게 줬던 그 꽃과, 6년 전 여행 중 오래도록 머문 크리스마스 상점에서 고심하여 골라온 천사 목각 인형 위를 나란히 비추고 있었다. 당시 이 천사를 이리저리 매만지며 '유용한' 기능 없는 이 장식품을 이 만한 비용을 들여 캐리어에 싣는 게 맞나? '그래도 사고 싶은데... 아니 이거 내 거 맞는데...' 라며 들었다 놨다 했던 때를 기억한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던 그 순간이건만, 오늘에야 불러와 그때의 나에게 '이것 봐 잘 데려왔지!'라고 늦게나마 잠깐 우겨보며 기뻤다. 뭔가 염원하던 내 기도를 하늘로 바로 쏘아 올려줄 듯한 벅찬 마음까지 들고 말이야.
문득 오늘 조명받고 해사하게 웃던 우리 어린 친구들 얼굴도 포개어졌다. 5개월 동안 준비한 뮤지컬. 총 3회의 공연 동안 다 뿜어낸 에너지들. 관객들이 가족, 친척, 친구들이기에 꽃다발이 앞뒤로 그득했는데, 덕분에 종종 코끝에 이는 시원 상큼한 꽃향기를 만끽하며 아이들의 애씀과 환희 섞인 표정을 볼 때 더욱 극적으로 황홀, 감사했다.
우리 전짬뽕 어린이로 말할 것 같으면... 이렇게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 첨 봤다.
2학년 Assembly 시간에 하는 엄청 짧은 연극 때 개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하는 둥 마는 둥해서 엄청 속이 터졌었는데. 5학년 뮤지컬. 알아서 오디션 지원하고 연습 한 번 안 빠지고 열심히 하더니 무대에서 날아다닌다. 자기 장면이 끝나고 퇴장할 때도 손끝까지 연기하며 최대한 길게 무대 위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게 보여서 정말 웃기고 짠하고 대견했다. (상업영화였으면 깟뜨! 엔지! 야 ㅋㅋ)
처음 오디션 (자유곡 1개) 보던 날 아침. 긴장된다면서 하는 말이 “엄마 나 주인공은 싫은데... 주인공으로 뽑히면 어떡하지?” 라길래 바로 말해줬다. “걱정 마. 주인공으로 뽑히면 엄마가 절대 막아줄게! 진짜야! 서브 아니면 안 한다고 엄마가 다 말해줄 거니까 걱정 말고 맘 편히 해!”
아! 미리 설명을 못했는데
우리 딸은 음치다. 그리고 박치기도 하지. 남들보다 길고 긴 연습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아 웃음 터져. 웃지 말아야지.)
그녀의 진심 어린 걱정과는 달리 마이크 필요 없는 앙상블로 뽑혔고, 준비 기간 동안 하교하면 거실을 무대 삼아 허구한 날 노래에 춤 연습 연속, 즐기는 게 너무 보였더랬다. 가끔 저녁 차리는 주방으로 와서 하던 일 멈추게 하고, 그녀의 두 눈을 마주치고 듣고 봐줘야 하는 건 고역이었다. 하지만 공연당일 마이크 없이도 입모양으로 또는 앙상블로 주인공 마냥 모든 노래를 다 부르고 표정연기 하는 너를 보니... 하핫 이미 내 마음속에는 신인상, 인기상, 최우수상, 여우주연상 수상자다.
오늘 드문 해를 받으며 딱 찬란히 이뻤던 꽃처럼, 너도 자기 각도에 맞는 햇빛이 그 어느 날 비치면 알아서 이쁘게 빛나겠지. 내 불안으로 위협하고 멱살 잡아 이끌 생각을 또 이렇게 툴툴 털어내 본다.
그나저나 천사인형 정말 잘 사 왔지 모야. 키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