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 육아관: 실제 응용 편

쳐다봤더니 '뭐?'라고 되받아치는 퉁명스러운 나이

by H Jung

3월 중순 일요일. 예배 후 딸아이는 친구 생일파티에 갔고 남편과 나는 카페에 앉아 우리 앞날의 계획을 세우기 앞서 육아관에 대해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작게는 비용, 크게는 살게 될 나라까지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우리 인생에 엄청 영향을 끼칠 테니 이 부분을 빼놓고 미래를 논할 수가 없었다. 근데 우린 언제까지 '육아'라는 단어를 쓰려나. 아이가 성인이 된다고 해서 그만 쓸 단어는 아닌 것 같고, 최소 육체적/정신적 독립하는 시기까지는 쓰게 될 듯하다. 교육관은 뭔가 너무 작은 단위 같아.


주중에 딸아이 까꿍이 시절 정리해 뒀던 육아관을 다시 들춰봤었다. 5-6년 전 쓴 내용. 대략,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 그리고 책을 통해 세상 여러 가지 것들을 충분히 탐색하고, 깊이 탐구하고픈 분야를 찾았을 때 자신의 능력을 믿고 진행해 나갈 추진력을 갖출 수 있게 키우자는 내용이었다. 미취학 아이를 키우는 꿈 많은 엄마의 소망에 가까웠지. 그래도 그때 기준을 나름 세워둔 덕에 특별한 과외활동 없이 독서습관과 언어능력 기본을 잘 다졌다고 본다.


당시 세웠던 육아관이 개념원리 판이었다면 이제 실제 응용 편이 필요한 때가 다가오고 있다. 엄마가 좋기도 싫기도, 퉁명스럽기도, 혼란스럽기도 한 빼박 5학년이 된 딸랑구. 아이는 내 말을 잘 따르기도, 불쑥 자기의 고집을 주장하기도 한다. 종종 기싸움이 오가기도 한다.




최근 남편과 함께 다짐한 것 중 하나는 우리 울타리 안에서 충분히 실패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다. 현실적인 듯 매우 낭만적인 말이다. 기회의 물가까지 아이를 인도하는 쉽지 않은 여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이상적인 건 아이가 능동적으로 물가에 가 위험부담을 안고 시도하는 것이지만 10대 청소년이, 아니 그냥 아이를 키워보면 알지. 어디 애가 부모 맘대로 되나. 그저 친구랑 노는 게 좋고, 세상엔 재밌는 숏폼이 초단위로 생겨나고, 케이팝은 왜 그리 성황인 것이냐, 뭐 좀 할라치면 잠은 또 왜 이렇게 쏟아지는지. 애야 그 길이 아니라 이 길이란다! 라며 코뚜레 꿰어 끌고 가는 것도 할 수 없는 노릇이고, 하물며 나 자신 통제도 어려운데 누가 누굴 이끈단 말이냐. 아무튼 최소 시도할 기회가 많아야 실패든 뭐든 해보는 것 아니겠냐고.


그렇게 남편과 대화하며 과연 아이에게 어떤 기회를 꺼내 펼쳐 줄 수 있을까? 봉사활동, 교내 컴페티션, 클럽활동 등... 고민하던 순간 남편이 나를 정지시킨다. 내가 성공과 실패를 너무 큰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굳이 거창한 연 단위, 분기단위 프로젝트일 필요가 없다고. 매일 일주일 단위의 작은 성공, 실패를 쌓는 것도 결코 그리 쉽지 않을 거라고. 그것부터 해내보자고. 너무 맞는 말이다. 근육 키우려면 런지 20회, 스쾃 20회 다섯 세트씩! 이 아니라 일단 운동화부터 신어야 하는 거니까.


작은 일주일 단위의 플러스/마이너스 다짐을 세팅한다. 집에서 최소한의 미디어 사용, 교과목 관련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함께 있는 시간엔 아이의 일상대화 나눔에 집중하기, 남편과 바이올린, 수영, 수학, 독서 등 각자 역할 분담하여 작은 성공/실패를 집에서 쌓기 등. 사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실제응용 편일 수 있겠다만 다시 한번 방향을 점검하고 다시 출발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미디어 노출의 경우 '밖에 나가면 다 접하는데 집에서 막으면 뭐 하나', '기술을 분별하여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은데 아예 차단해서 활용할 기회를 놓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고민한 기간도 있었는데 다 쓸데없는 걱정인 걸로 결론 내렸다. 하루 6시간 이상 일주일 5일 학교에서 지내며 아이패드로 수업하는 아이는 이미 나보다 더 전자 기기에 능하며, Google docs가 연습장이고, 영상편집도 할 줄 알고, 또 AI와 대화도 능숙하다. 더구나 지난 한 주, 잘못한 일이 있어 일주일 동안 미디어 금지기간이었는데 그걸 또 지키더라. 대신 천으로 바느질하며 인형 만들고, 책도 보고, 공 갖고 나가 놀기도 하고, 딩굴딩굴 노는 아이를 보니 내심 대견하기도 하고 이게 되네 싶더랬다. 각 가정마다의 기준을 잘 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손에서 폰을 놓지 못하는 내가 문제지. 하여 우리는 거창한 어떤 목표를 새로 세팅하기보다 그저 집에서는 우리가 새로 다져 세운 육아관에 맞게 자꾸 방향키를 점검해 나가는 것으로 결심했다. 아직은 사는 곳, 학교, 학원보다 집이 중요할 때라며.


엄마 불안감에 면피용으로 보내는 교과목 사교육은 아직은 배제키로 했다. 사실 사교육이라는 것이 규칙적이고도 예상되는 하루를 계획할 수 있는 점이나 성적상승으로 인한 자신감 상승 등 다양한 장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 아이가 원하지 않고 나는 셔틀버스도 없는 이곳에서도 직접 부지런히 이곳저곳 데리고 다녀 줄 여력이 안되기에 아직은 보류 중이다. 다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아이랑 나랑 기싸움, 감정상함으로 번지는 시간을 피하기 위한 보육 수준의 교육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하는 열린 마음이 생겼다. 점점 편도체 자극이 심해질 나이에 엄마와의 물리적 거리는 필요한 부분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아중에 중고등학생 되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때는 서포트해 줘야지.


최근 일례로, "30과 50 각각의 약수를 구해서 공약수에 동그라미를 쳐봐" 했는데, 옆집 아줌마가 시키면 꿍얼거려도 1분도 안 걸릴 것이었건만, 아이는 "이거 이미 다 아는 걸 왜 해야 하냐"라고 입이 댓발만큼 나왔다. 지우개 안 챙겨, 연필 안 쓰고 볼펜 사용해, 분명 동그라미 치라고 했는데 엑스표 해서 숫자 안 보여, 기싸움에 15분이 걸린다. 아으! 이것이 바로 실제응용 편인 것이란 말이드아아아. 암튼 그래도 일단 아직은 거창할 것 없는 초등수학이니까 버틴다. 대신 독서로 그득그득 다시 채우기로. 학교 도서관 적극 이용하고, 애미가 또 한국 커뮤티니 도서부 아니겠니. 많이 많이 빌려오고, 해외배송비 아끼지 말고 원하는 책도 즐겨 사보자.


학교 특성상 정말 무수한 이벤트와 쇼오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번 달만 해도 수학 퀴즈 대회, 뮤직 콘서트, 수영 대회, 콰이어 발표, 독서 배틀, 소설 쓰기 대회 등등 지원할 거리가 많으니 소소한 도전들로 채우는 걸로! 우리 웃기는 짬뽕, 전짬뽕 10대 잘해보자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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