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터의 일_뉴스 모니터링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라면 매일 아침 필히 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 바로 뉴스 모니터링이다. (뉴스 클리핑이라고도 부른다. 의미는 같다.) 그대로 해석하면 뉴스를 보는 일을 뜻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뉴스 모니터링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의 안목으로 좋은 뉴스를 골라내는 일이다. 즉, 뉴스 모니터링은 큐레이션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좋은 뉴스는 어떻게 판단할까? 좋은 뉴스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보는 좋은 뉴스의 기준은 사실 거의 동일하다. 어떤 조직의 홍보실에 들어가도 그 기준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면, 모니터링 키워드나 형식이 좀 달라도 금세 적응할 수 있다. 인턴 때부터 지금까지, 뉴스 모니터링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4가지 질문을 정리해 봤다.
뉴스 모니터링의 타깃은 대표도, 상사도 아닌 '구성원 전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뉴스는 없기 때문에 최대 다수에게 유익한 뉴스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의성과 포괄성, 그리고 희소성은 뉴스의 유익함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키워드다. '지금' 꼭 알아야 하는 뉴스인지(시의성), 너무 특정 부서나 직군에만 국한된 주제는 아닌지(포괄성), 일어날 확률이 적은 이슈인지(희소성) 등을 모두 고려해 기사를 선정한다.
기사의 형태는 다양하다. 기업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충실하게 반영한 '스트레이트형' 기사가 있는가 하면, 기자의 관점으로 직접 취재해 구성한 '기획형' 기사가 있다. 그 외에도 인터뷰 기사, 칼럼 및 기고 등이 있다. 각 기사는 각기 다른 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어떤 기사가 제일 낫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동일한 이슈를 다룬 스트레이트와 기획형 기사가 있다면 모니터링에는 보통 기획 기사를 넣는다. 이유는 단순하게 팩트를 전달하는 기사보다는 기자의 시선이 담긴 기사가 더 고유하며, 구성원들에게 보다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모니터링은 전사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이 가장 크지만, 홍보실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물을 알리는 도구로써의 역할도 한다. 보통 잘 나온 자사의 기사는 누락하지 않고 공유한다. 문제는 경쟁사 뉴스다. 예를 들어, 자사가 최초로 'A'라는 기능을 개발해 세탁기를 출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가정해 보자. 일주일 뒤 경쟁사에서 자사의 상품과 거의 유사한 'A'기능의 세탁기를 '최초'로 출시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희소성의 기준으로만 보면 경쟁사의 '최초' 출시 이슈는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기사는 모니터링에 포함시켜도 될까? 답은 아니요 다. 이유는, 해당 기사를 공유한다는 것은, '최초'라는 PR포인트를 빼앗긴 기사를 버젓이(?) 전사에 공유하는 것일뿐더러 자사가 진짜로 'A'기능을 처음 개발했다면 경쟁사의 최초 소식은 오정보로, 잘못된 정보의 기사를 전사에 공유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사 뉴스 중 특히 실적이나 주요 고객 지표 등 수치가 들어간 기사 모니터링은 더욱더 매의 눈으로 살펴야 한다. 회사의 좋은 소식을 알리는 것만큼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는 것 또한 홍보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팩트가 틀린 기사를 공유한다는 건 홍보실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전사에 보여주는 일이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위 세 가지 기준에 따라 기사를 선정했다면 마지막으로 체크해야 하는 사항은 '순서'다. 식당 메뉴판에도 셰프가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를 최상단에 배치하듯이, 모니터링 기사를 배치하는 순서에도 중요도가 반영된다. 가장 중요하고 구성들에게 잘 전달돼야 하는 자사 뉴스가 최상단, 그 밑으로 경쟁사 뉴스 → 업계 뉴스 → 정부 정책/제도 뉴스 -> 트렌드성 뉴스 순이다. 정부 정책/제도 뉴스부터는 홍보실에 따라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각 뉴스 카테고리 안에서 개별 기사 역시 단연 중요도 순으로 배치한다. 예를 들어, 경쟁사 뉴스 안에서는 보통 자사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기업의 뉴스를 최상단에 올린다. 평소 주요하게 보고 있는 경쟁사는 아니더라도, 잠재적으로 경쟁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업의 소식이라면 유동적으로 순서를 조정해 포함시키기도 한다.
뉴스 모니터링을 난생 처음 하게 되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큐레이션의 퀄리티가 빠르게 올라오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내가 실제로 효과를 봤던 모니터링 훈련 방법은, 모니터링 컨펌자(보통 상사)의 버전과 내 버전을 비교해 보며, 이 뉴스는 왜 빠졌고, 저 뉴스는 왜 들어갔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직접 생각해 보는 일을 매일 같이 하는 것이었다. 한 달 정도만 이 훈련을 해도 모니터링 스킬이 정말 많이 늘어난다. 그리고 뉴스 모니터링을 통해 잘 길러진 좋은 뉴스를 보는 안목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써 분명 훌륭한 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