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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현주 Jul 13. 2024

컬리에서의 1년을 돌아보며

커뮤니케이터의 일 

5월 15일, 컬리에 온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낯설었던 공기가 서서히 일상의 공기로 바뀐 시간. 1년 동안 정말 많은 생각들이 얽히고설켜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그 생각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난 1년 뭘 배우고 뭘 느꼈나요?

1. 내가 컬리를 떠나도 이 서비스는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한다. 이 정성으로 상품을 고르고 잘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커머스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2. '밀도'라는 키워드가 내 삶에 좀 더 중요한 단어로 자리 잡았다. 짧은 시간 안에 최선의 결과물(의사결정 포함)을 내기 위해서 철저한 우선순위화는 필수다.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내가 가진 에너지를 쏟아내려면 그 외의 시간엔 최대한 에너지를 비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적정한 쉼은 물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것이 꽤 도움이 된다.


3.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일하는 것, 그 자체가 강력한 내적동기다. 나란 사람은 회사의 비전과 철학, 미션 그 만져지지 않는 것들에 움직이는 사람임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4. 먹는 것에 진심을 다해 소상하게 떠들어 대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좋다. 잘 먹는 것만큼 인생에 중요한 건 없으니까.


5. 어느 곳에 가든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곳에서의 3개월은 유난히 지난했다. 만약 내가 그 시기에 그의 조언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컬리에 있을 수 있었을까. 그냥 존버보다는 (지금 나이에 그냥 존버하면 몸 상한다)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며, 잘 버티기 위해선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함을 잊지 말자. 힘들 때는 힘들다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당시 "저는 컬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내 말에 그는 마시던 블루보틀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찻잔이 덜 채워졌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문제죠. 자신의 찻잔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면 이제 더 채우시면 됩니다. 저도 그 과정을 겪었어요"였다.


6. ‘왜(why)’가 명확하면 what과 how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why 없이 how부터 시작하려 하지 말자.


7. 작은 기업에선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나는 것들이 많았다. 큰 기업에선 드러내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는 것이 많다. 아니 거의 대다수가 그렇다. 잘 드러내는 것도 그래서 능력이 된다.


8. 우리가 하는 일을 전략 업무라 정의하는 리더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업이 10년이나 해도 어려운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됐다.


9. 동료가 복지란 말. 자신의 커리어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하면서 나는 이 말이 진짜임을 체감했다. 컬리의 동료들은 내가 더 나은 동료가 되고 싶게 만든다.


10. Daily Achievement. 김슬아 대표가 했던 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말. 하루하루 꾸준하게. 커다란 돌 하나는 물줄기를 바꿀 수 없지만, 매일 하나씩 모은 자갈들은 물줄기를 바꾸기도 한다.


11.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밖에서는 좋게 보지만 안에서는 별로인 것들이 있고, 밖에서는 나쁘게 보지만 안에서는 또 괜찮은 것들이 있다. 결국 판단은 내가 직접 겪어보고 하는 것. 물론 판단을 잘하기 위한 자기 객관화는 필수다. 나를 알아야 언제나 나다운 결정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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