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디테일
가끔 지하철에서 음악도 못 듣겠는 만큼 힘든 날이 있어요. 그럴 때 억지로 뭔가를 내게 넣으려 하면, 그 행위 자체가 싫어져요. 인풋은 쓴 약을 견디며 마시는 게 아니에요. 즐거울 때 넣어야 계속할 수 있죠.
유병욱 카피라이터 롱블랙 인터뷰
동생이 그랬다. “누나, 슬럼프가 온 건가 요즘 퇴근 후 공부가 손에 안 잡혀.” 옛날의 나라면, 일단 참고서 해보라고 했을 텐데, ”안되면 잠시 놔도 괜찮다“고 말했다. 왜냐, 진짜 괜찮은 걸 아니까. 오히려 인풋이 들어가지 않을 때 꾸역꾸역 집어넣었던 것들은 잘 기억나지 않을뿐더러, 아예 내가 가던 노선에서 그냥 튕겨져 나가 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도 하니까.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은 버텨내야 손에 쥘 수 있지만, 버텨내기‘만’ 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소화가 잘 안 될 때는 소화제를 먹고 소화가 잘 될 때까지 음식물을 먹지 않는 게 가장 좋은 효과적인 처방이다. 이때를 잘 다스리지 못하고 반복하면 만성소화불량으로 간다. 만성은 약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