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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현주 Jul 13. 2024

파는 곳에서 이야기하는 곳으로: 미디어가 된 '공간'

미디어&시선

1. 브랜드가 메시지를 담아내는 미디어는 계속해서 진화해 왔다. 4대 전통매체라 불리는 레거시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 부상한 뉴미디어, 그리고 최근에는 공간미디어까지. 이제 오프라인 공간도 하나의 미디어로 인지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해야한다.


2. 프로젝트렌트 최원석 대표님의 강연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써 공간의 역할과 활용법을 배우기에 매우 유익한 강연이었다. 프로젝트렌트는 팝업스토어 기획 전문 플랫폼인데, 팝업 열풍이 불기 전부터 작은 브랜드들을 팝업 공간을 렌탈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선구자적인 브랜드다. "오프라인 매장은 현재보다 '미래의 소비'를 위한 거대한 광고판"이라는 관점으로, '오프라인 매거진'이란 용어를 처음 쓴 브랜드이기도 하다. 너무 멋진 철학을 가진 브랜드라 창업 초기부터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3. 오프라인 공간의 주 기능이었던 '판매와 구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왜? 더 편리하고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한 온라인이 있으니까. 팔기만 하는 공간이 더 이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은 어떤 기능을 제공해야 할까?


4. 오프라인 공간은 이야기를 하는 곳이 돼야 한다. 팝업이든 아니든 그 형태(하드웨어)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드웨어 안에 어떤 메시지(소프트웨어)를 밀도 있게 채워 이야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5. 예쁜 공간, 트렌디한 요소들로 가득한 공간, 시선을 강탈하는 요소들로 채운 공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치가 많아지면서 공간을 보는 기준 또한 높아졌다. 이제 알맹이 없이 포장만 화려한 공간은 기가 막히게 알아채린다. '와우(wow)'는 하지만 머무르지도 추천하지도 않는다. 즉, 지속가능하지 않다.   


6. 결국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되는 공간, 미디어로써 공간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정의하고 공간 곳곳에 그 메시지를 일관되게 녹여낸 경험 설계가 필요하다. 건축가가 만든 공간, 기획자가 만든 공간이 아닌 프로듀서(producer) 관점으로 공간을 바라봐야 한다.  


7. 최원석 대표님은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의 예시로, 피크닉과 더현대서울, 젠틀몬스터, 한섬EQL 등을 들었다. 나 또한 모두 애정하는 공간으로 주기적으로 재방문하는 곳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론칭한 모베러웍스의 '무비랜드'와 에틱(ETIK)의 첫 전시 '논펀저블(NONFUNGIBLE)'이 좋은 레퍼런스라 생각한다.


8. 잘 만들어진 공간은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방문자수를 넘어서 관계와 경험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지표들이 필요하다. 체류시간, 재방문수, 바이럴리티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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