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디테일
백영옥 작가의 <애인의 애인에게>에는 "결혼은 서로가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이다."라는 구절이 나와요. 결혼 이전 애인 사이일 때는 끊임없이 놀라움을 줘야 돼요. 연인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의 무지가 설렘을 만드니까요. 그 사랑이 결혼이란 제도로 들어갈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 즉 신뢰가 중요한 요소가 돼요. 상대에게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 가능하게 해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끝없이 약속을 지키는, 그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해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알쓸인잡 <우리가 사랑하는 인간> 편
나는 7년 가까이 남편과 연애를 했다. 사람들은 드라마처럼 결혼을 결정한 강렬한 순간이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그와 결혼을 결심한 건 사실 ‘순간’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연애 초기 때와 같은 마음과 행동으로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졌다.
남편의 ‘항시성’은 결혼 후에 더욱 가치를 발휘한다. 결혼 5년 차가 되었으니, 남편을 알게 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내가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행동하고 나를 대한다. 그런 태도가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대방이 예측 가능한 상태로 있어 주는 것, 누군가에게 신뢰를 준다는 건 그런 것 같다. 아! 물론 좋은 상태로의 예측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