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디테일
타인을 타인대로 내버려 두어도, 내가 혼자 버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타인이 타인의 삶을 살아간다고 해서, 내가 소외된다고 느껴선 곤란하다. 물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챙기며 배려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통제하려고 하는 순간, 모든 관계의 붕괴가 시작된다.
지나치게 통제당한 자녀는 언젠가 정신적인 문제를 앓으며 부모를 원망하게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당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때론 약간의 아픔을 느낄지라도, 서로 간의 거리를 인정하며 기다려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다.
모든 관계는 서로에 의존하면서도 독립적이어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관계에서의 '존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정지우 작가
가수 양희은 씨의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조금 바람이 통하는 관계, 선선한 바람이 지나가는 사이. 그런 게 있으면 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연인, 부부, 자식 등 긴밀하고 밀착된 관계일수록 상대방의 삶에 관여도를 높이고 타인의 인생에 자신의 지분을 늘리는 일을 (실수로라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에서 시작한 통제는 타인의 삶을 파괴하고 관계의 끈을 끊어버린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남편도 그렇고, 부모님과도 그랬고, 몇십 년을 함께 하는 내 친구들과의 관계를 보면 아무리 가까워도 우리는 서로의 적정 선을 넘지 않아왔다. 서로를 너무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상대방이 아니고 상대방은 내가 아니기에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봐주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 그런 노력들을 모두가 했기에 건강한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