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후기] 누구나 실수할 수 있잖아요?!

by 길위의스튜디오

* 이 글은 발달장애 당사자와 교사들이 함께 쓰는 이야기입니다. 당사자가 직접 쓴 여행 후기와 실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하며, 가독성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일부 내용은 편집, 각색하였습니다.



나 홀로 처음 도전해 보는 기차표 예매는 엄청 두근거렸다.

카카오페이 간편 결제도 준비하고 미리 예매 연습도 해보니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출발표를 예매하는 날, 깜박하고 뒤늦게 코레일톡을 열었더니 이미 표가 다 매진이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예매에 도전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코레일톡에 들어가 봤더니 출발하는 날 좌석이 4자리 남아있었다. 얼른 예약을 했다.

대성공이었다!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나 빼고 친구들은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똑똑한 내 친구 ○○이도 실패했는데, 나만 성공한 것이다!

몹시 자랑스러웠다.


서울로 돌아오는 표는 예매하지 못했지만 선생님이 대신 예매를 해주셨다. 나만 실패한 건 아니고, 다른 친구들도 다 그랬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일정이 있어 <길 위의 스튜디오> 수업에 한 번 못 간 날, 다른 친구들은 선생님과 함께 예매대기를 했고, 모두 기차표 예매에 성공하고 말았다. 나만 빼고 모든 친구들이 직접 예매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마음이 초조했다. 나도 보란 듯이 혼자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코레일톡을 들어가 기차표를 확인했다. 좌석이 보이면 일단 잽싸게 예약을 했다.

이 열차가 맞는지 안 맞는지 헷갈렸지만, 헷갈릴 땐 우선 예약을 하고 본다. 틀리면 취소하면 되니까.

몇 번 다른 열차를 잘못 예약했고, 반환하기를 눌렀다.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맞는 기차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의 티켓’에 표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예매한 출발표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아무리 찾아보아도 나의 기차표가 보이지 않았다. 심장이 쿵쿵거렸다.


다시 예매를 해보려 했지만 전부 매진이고 예약대기도 되지 않았다.

다음 주가 여행인데, 큰일이다. 일단 선생님한테 연락을 했다.


[선생님, 코레일톡 제가 모르고 취소해 버려서 죄송합니다. 다시 예매해 주면 안 되나요?]

[8시 19분 거?]

[네ㅠㅠ 죄송합니다]

[어쩌다 그랬어ㅜ 지금 매진이라 다시 구하기 힘든데]

[6시 21분 거 괜찮을까요?]

[그건 너무 빠르잖아. 일단 방법을 찾아볼 테니 기다려봐]


6시 21분 기차는 좌석이 남아 있었다.

선생님은 기다려보라고 했지만 나는 일단 6시 21분 기차를 예약했다. 횡성에 먼저 가서 친구들 기다리면 되지, 뭐.


그리고 부모님한테도 도움을 요청했다. 횡성에 데려다 달라고.

기차표를 취소한 걸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혼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당당하게 나가기로 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 다음부터 조심하면 되지, 뭐.


그런데 부모님이 하필 그때 일이 있어서 나를 데려다줄 수 없다고 하셨다. 내 잘못이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기차표를 못 구하면 여행을 못 간다고 했다.

진짜 큰일이다. 나만 워터파크 못 가면 어떻게 하지?


빨리 해결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단 이모(엄마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나를 태워다 줄 사람을 구한다고.

엄마한테 들켜서 혼만 났다. 이모 차로 가는 건 실패다.

수업 시간에 배운 길 찾기로 여러 가지 경로를 찾아봤다. 걸어가는 건 너무 멀다. 자전거로 가는 건 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자전거를 잘 타니까.

자전거로 가겠다고 했는데 엄마가 안 된다고 했다. 할 수 있다고 우기다가 엄마한테 또 혼났다. 엄마가 그럴 거면 <길 위의 스튜디오> 수업도 그만하라고 했다.

그건 절대 안 된다. 나는 내 친구들과 여행 가는 게 정말 행복하다.


조마조마한 며칠이 지나고 다행히 선생님이 다시 8시 19분 기차표를 구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다시는 표를 취소하지 말아야지 굳게 다짐했다. 하마터면 여행에 못 갈 뻔했다.

앞으로는 아무거나 누르지 말아야겠다.


횡성 웰리힐리 파크는 못 갔으면 너무 속상할 뻔했다. 친구들과 워터파크를 가니 정말 재미있었다.

무서운 슬라이드도 실컷 타고 따뜻한 온천에서 몸도 풀었다. 파도풀은 너무 세서 한 번 밖에 못 탔다.


워터파크가 문을 닫을 때까지 놀았는데도 시간이 금방 가서 아쉬웠다.

실컷 놀고 숙소로 갔다. 워터파크에 탈수기가 없어서 숙소에 가서 수영복을 빨래건조대에 널었는데 내가 친구들 것도 다 도와줬다. 선생님도 칭찬하고 친구들도 고맙다고 해서 뿌듯했다.


저녁에는 맛있는 족발과 치킨을 사서 나눠먹었다. 내가 대표로 계산을 하고 친구들에게 카카오톡 정산하기로 돈을 받았다.

친구들과 더치페이를 할 때 계산을 하는 게 어려웠는데 휴대폰으로 하니 쉬웠다.

그리고 엄마 카드로 밥값을 계산하고 내 통장으로 받으면 내 돈이 많아진다. 신난다.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스릴 있는 루지도 타고, 볼링도 치고, 인생네컷 사진도 찍고 정말 즐거운 1박 2일이었다.


집에 와서 여행 짐 정리도 내가 혼자 했다.

그런데 빨래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모자가 이상했다. 내가 이틀 동안 쓰고 다닌 모자인데, 내 모자가 아닌 것 같았다.

△△이가 파도풀에서 모자를 잃어버렸는데…… 사진을 찍어서 △△한테 보냈다.


[이거 너 모자 맞아?]

[ㅇㅇ]

[언니가 △△이 모자 찾았어. 구명조끼 안에 잘 보관했어]


잃어버린 △△이 모자를 내가 찾았나 보다. △△이가 고맙다고 했다.

내가 모자를 찾아줬다고 하자 선생님이 확인하고 싶다고 <길 위의 스튜디오> 수업 날 가져와서 주라고 했는데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수업 날은 모자를 안 가져가고 그 다음날 교회에서 만나서 몰래 전해줬다.

아무튼 △△이 모자는 내가 잘 찾아줬다. 내 모자는 없어졌지만, 아무튼.

다음부터는 내 모자도 잘 챙기자.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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