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60대 노익장의 구직활동 3

#102. 오랜만에 양복을 차려입은 그대

by 풍선꽃언니

몇 달째 외출 땐 청바지를 입고 집에서는 운동복을 입는 아빠를 봤다. 갑자기 방에 들어가 주섬주섬 입고 나온 옷. 오늘은 무려 양복이다.


"야, 어떠냐?"


"웬일이야, 내가 아빠 때문에 웃네. 훤칠하니 보기 좋구먼."


"청바지 입고 가려니까 좀 추레하더라고"


멋쩍은 듯이 멀뚱 거리는 아빠를 에워싸고 나와 남편은 물개 손뼉 치며 옷차림새를 극찬했다. 정말 괜찮았다. 얼굴에 피어나는 아빠의 미소란. 대놓고 웃기는 좀 민망했는지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하는 아빠가 귀엽게 보였다.


오늘 아빠가 양복을 꺼내 입은 이유는 취업 문제 때문이다. 아빠는 얼마 전에 항공직업전문학교 파트 강사 자리를 제안받았다. 매일 메이기 싫다며 처음엔 고사하다가 막상 학교 쪽에서 아빠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오니 싫지 않은 눈치였더랬다.


엊그제 갑자기 모임 있다고 나가서 결국 학교 관련 브로슈어와 수업 스케줄표를 받고 대강의 강의 룰을 브리핑받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사위와 딸이 부추기니 아빠도 출근에 긍정적인 쪽으로 고려를 하는 중이다.


어제 아빠와 인천 집에 다녀오면서 뙤약볕에 일하는 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빠,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봐봐. 아빠 나이가 내일모레면 칠십인데 강의실에서 교수님 소리 들으며 일하는 자리에 와주십사 연락받는 게 어디 흔한 일이야?"


"아이고, 낯간지럽게 나참, 파트 강사 뭐 대단하다고 그래"


"실제로 파트 강사일지라도 학교에서 강사는 교수야 아빠. 아빠더러 현장에서 일하라는 것도 아니고 교수님 소리 들으며 젊은 학생들하고 시간 보내는 게 아빠 정신 건강에도 좋고"


아침에 나간 아빠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 직원 몇몇과 함께 점심 식사하며 취업 문제를 마무리 짓는 중이다. 어떤 얘기를 들고 들어올까 무척이나 궁금하다.


아빠의 건강에 무리가 되지 않으면서 한주에 열세시간만 근무하면 된다는 것이 무척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학구열 높은 아빠는 집에서도 저렇게 나와 남편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업 삼으면 딱 맞을 것 같다. 시월 즈음 항공사에 자리가 날 거라고 기다리는 모양새였지만 아빨 위해서는 항공사 취업보다 지금의 자리가 나은 것 같다.


지금처럼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까르 산책을 하는 평소 일상에 점심시간 이후에 잠깐 가서 강의하는 것이니 여섯 시면 퇴근해서 근처에 친구들과 한잔하기도 좋고.


빨리 아빠가 집에 돌아와서 오늘 어땟는지 말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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