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의 힘

#50. 외로울 때 선물같은 너의 포옹

by 풍선꽃언니

엄마가 죽고 나는 아침에 새벽 어스름이 이제 막 걷힐 때쯤 잠에서 깨는 일이 많아졌다. 몸을 일으킬 정도로 번쩍 깨는 건 아니고 꿈속을 헤매는 듯 몽환적인 기분으로 뒤척인다. 그럴 때 나를 지배하는 감정의 정체가 궁금했다. 갑자기 썰물처럼 지평선 끝까지 내 것이 뭔가 빨려나가는것 같은 기분. 언어로 설명이 안 되는 걸 설명하려니 나의 짧은 어휘가 안타깝다.


예전에는 매일 늦은 퇴근 해서 피곤에 절어 잠드는 남편을 깨우지 않았다. 요즘엔 다르다. 갑자기 그 빨려나가는 기분에 박탈감으로 허우적거릴 때 남편을 부른다. 남편은 대답을 한다.

K(남편), 나 뭔가 무서워. 외로워.

남편은 엄마가 죽고 부쩍 심해진 내 잠투정에도 꼬박 대답을 해주고 꼭 안아주며 괜찮다고 다독여준다. 남보기에 좀 낯부끄러운 말이라면 말이겠지만 내 곁에 자기가 있다고,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나를 안심시켜준다.


나는 두려운가. 그렇다.

나는 외로운가. 그렇다.


우리 부부는 꽉 채운 십 년 연애에 결혼한 지 육 년차다. 나름 산전수전 공중전 겪을 만큼 겪었다 싶다가도 지금 우리 둘이 좋고 각자 하고픈 것도 많아 자연스럽게 아이 계획이 늦어졌다. 나는 서른다섯이고 남편은 서른여덟에 이제 슬슬 딩크 아니냐는 질문도 한 번씩 받는다.


요즘 들어 난 아이를 여럿 낳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아이가 있어야 나중에 남편이 되었든 내가 되었든 떠날 때 그 슬픔을 어루만지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반이다. 부모일 우리 둘이 떠났을 때 아이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잘 살아가 주길 바라며.


삼둥이쯤 갖고 싶다 노래하기에 산부인과에서 얼마 전 받은 검진의 예후가 좋지는 않아서 걱정이 된다. 외로움에 사무칠 때 내 등 뒤에 네가 있고 너의 포옹이 나의 고통을 가라앉혀주는 아스피린 같으니,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아이를 많이 낳아서 많이 안아주며 살아가고 싶다.


엄마의 유골함을 꼭 안아준 게 나와 엄마의 마지막 포옹이었다. 죽기 전 주말 양치하면서도 힘들어 화장실 바닥에 앉아있던 엄마의 마른 어깨를 문틈으로 보았다. 그때 엄마를 내가 일으켜 안아 줄걸. 그러면 엄마가 조금은 마음에 위로가 되었을까.


날 안아줄 다정한 남편이 있어서 감사하듯 나는 이제 내 아버지를 꼭 안아주는 딸이고 싶다.


남편과 내가 앞으로 낳을 아이에게도 포옹을 많이 해주는 엄마로 살고 싶다.


그리고 남편에겐 언제든 안아달라 조를 수 있는 아이 이고 싶다.


고마워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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