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밑반찬 찾기

#45. 전통시장 나들이(일산시장)

by 풍선꽃언니

이사를 하고나서부터는 잠을 조금 더 잘 잔다. 꿈이라던지 무의식의 시간 속에 엄마가 찾아오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일상생활 속에 내게 말을 걸어오는 엄마로 가득한 낮시간 동안의 일과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사온지 이틀 밤을 보냈는데 잠을 푹 잤다.


남편은 이사 온 첫날 엄마 꿈을 꿨다고 했다. 이사 나온 친정 집에 우리 부부와 아빠, 그리고 아프지 않은 엄마가 함께 평소와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서 엄마에게 왜 죽어버렸는지 이유를 대라고 원망했고 엄마는 슬피 울었다고 했다. 그 꿈이 의미하는 바는 잘 모르겠다. 남편이 장모님 떠난 빈자리가 속상해 꿈을 꿨나 싶기도 하고. 엄마의 죽음의 의혹이 풀린 지금은 엄마도 우리가 그리워 그렇겠거니 사랑이다, 생각해본다.


<일산시장>에 아빠와 나온 것은 이번으로 세 번째고 남편과는 처음이다. 결혼 전 줄곧 대치동에 살던 남편은 내가 인천으로 발령이 나면서 내둥 인천 생활을 했다가 이번엔 일산에 들어왔다.


모든 게 새롭겠네, 적응하느라 고생 좀 하겠는데 같은 것은 남편에게 우스운 문제다. 연애를 십 년쯤 하다 보면 여자 친구 십 년 살던 동네는 손바닥 손금 읽듯 하게 되고 내 남편은 실제로 거소를 일산에 한 적이 없는데도 택시기사보다 동네 지리를 잘 안다.


나 참, 내가 반찬 사러 시장을 다 다니네

아빠는 엄마 따라 나와서 짐꾼이나 했지 시장에서 뭘 팔고 얼마나 저렴한지 같은 건 모르는 사람이다. 당장 밥 먹을 때마다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이 오늘 뭘 사냐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었다면 아마 시장에 나와 반찬을 사는 일 같은 건 평생 해보지 않을 일이었다.


시장에도 세 번쯤 와보니 거리가 낯익다. 어디 반찬이 맛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으며 결국 전라도식 반찬을 하는 집엘 들렀다. 아빠는 <쌀게 무침>을 좋아하는데 이 집은 야들야들 연한 게를 새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에 잘 묻혀 밥도둑 반찬을 판다. 남편은 <진미채 볶음>을 좋아하는데 오늘 사 온 건 실패했다. 엄마가 만든 것처럼 매실이나 물엿이 많이 들어가 끈덕지고 달짝지근하게 잘 볶은 집은 찾기가 힘들다. 그밖에도 내가 좋아하는 <시금치무침>하고 <절편떡>도 샀다. 특히 시금치는 참기름을 많이 넣고 무쳐서 고소하니 대성공!

* 일산 사는 분 계시면 맛있는 반찬집 추천 부탁드려요^^..


반찬을 사다 보니 나는 그게 참 아쉽다. 엄마가 가르쳐준 달 때 몇 가지나마 배워놨으면 엄마 맛 그리울 때 어떻게든 만들어봤을 텐데. 당장 임신하면 입덧하면서 엄마 반찬 먹고싶으면 어떻게 그 슬픔을 견뎌야 할지 벌써부터 겁이 난다.

엄마가 있을 땐 쳐다본적이 없던 반찬집 매대

어제 저녁 여덟시 넘어 늦게 남동생 부부가 집에 왔었다. 저녁식사 안 했다기에 차돌 된장찌개를 끓여먹었다. 올케가 언니가 끓인거예요? 하고 물었다. 아빠는 내가 김치찌개 된장찌개 두개는 일품이라 말했다. 어깨가 으쓱했다.


그 잘 끓인 된장찌개에 오늘 사온 반찬 주욱 깔아놓고 품평회를 했다. 어느 집을 다음에 또 갈지 결정했다. 나랑 남편에겐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라도 아빠 입맛은 또 달라서 만점 주부 엄마 손맛에 길들여진 아빠가 OK를 치면 그 집은 진짜 맛집이다. 확신한다.


비록 오늘 반찬 쇼핑은 썩 맛있는 반찬만 발굴한 성과 좋은 쇼핑은 아니었지만 사람 먹고사는데 반찬 파는 집이 있다면 반찬 사 먹는 이도 있는 것이고, 엄마가 죽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며칠 동안 이사 준비하느라 일을 많이 했더니 피곤하다. 낮잠 늘어지게 잤으니 반신욕 푹 하고, 아픈 발가락엔 맨소래담 듬뿍 발라주고 목요일을 맞이해야지!

너무 피곤해 침대와 물아일체(物我一體)


또 하루가 이렇게 흘러갔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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