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효자보다 악처 하나가 낫다고?
#56. 효자든 악처든 살아있는 사람이 낫다
아침 08:10 기상. 결국 부러진 발가락이 덧나 핀을 고정하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발가락 한 개에 불과한데 피검사며 심전도 검사며 검사가 많다. 진통제를 맞고 있는 왼쪽 팔 링거 바늘이 움직일 때마다 시큰시큰하다.
아침 09:00 병원 도착. 수술하는 내내 보호자로 아빠가 와 계셨다. 따로 살았다면 나 혼자 병원 찾아와 누워있었을 텐데 내 안의 어린아이가 아빠 딸로 보호받는 기분이 들 때 바보같이 기분이 좋다. 오늘도 의사 진료받는데 아빠가 같이 들어가서 설명을 들었다. 아빠는 보호자로 대동할 때 아직도 서른다섯 넘은 딸인 나를 "우리 애"로 지칭한다. 낯부끄러우면서도 난 그게 싫지 않다.
오후 14:30 수술을 마치고 나온 시간. 마취약에 취해서도 아빠가 밥을 먹었는지 무척 신경이 쓰였다. 수술 실에 들어가기 전에 내 식사를 아빠가 먹을 수 있도록 조치해 달랬는데 불편한 건 없었는지 걱정이 돼서 안 떠지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 무척 애를 썼다.
"아빠, 아까 점심식사 잘 챙겨 먹었어요?"
"잘 먹었어. 먹었어" 아빠의 목소리. 안심이다.
발가락 "한개" 수술인데 모양새 참 요란하다.오후 17:00. 한참을 자다 일어났다. 수술한 발가락이 무척 시큰시큰하다. 진통제 계속 들어가고 있으니 나아지겠지. 사실 병실 아주머니들이 너무 말씀이 많으셔서 시끄러워 더 잘 수가 없다. 여기서 처음 만났을 텐데 지인들의 죽음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런 곳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저렇게 속 얘기하고 지내는 게 쉬운 일인가. 하지만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엄마도 저런 무한 수다 속에 혼자 짊어진 외로움의 사역을 좀 내려놓았을까 생각이 들어 울적해졌다.
오후 17:20. 아줌마들은 주변에 배우자가 죽은 사람들의 케이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남자가 여자보다 딱 십 년만 일찍 가면 편하고 좋다던데. 하고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서 남편 케어하기 버거운가 보다. 그런데 다른 아줌마 부정하며 대꾸한다. 나이 먹으면 부부뿐이래요. 오죽하면 그런 말이 있을까. 열효자보다 악처 하나가 낫다고.
...... 아빠가 집이라 저 말 들을 듣지 않아 다행이다.....
악처든 효자든 살아있는 사람이 장땡이지 무슨소리야
아빠, 나랑 오래오래 함께 살아야 해요!
그런데 언제 오는 거야?
나 배고파요.
딸래미 보호자로 병간호 중인 아빠(남편은 출근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