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늘 화면 너머의 사람들을 좋아했을까

동경이라는 이름의 취향에 대하여

by HYoung

나는 집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법을 꽤 일찍 배웠다.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늘 사람이 많았다.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 친척들이 끊이질 않았고,

어른들의 지나친 관심을 피할 수 있는 곳은 방 안의 TV 앞뿐이었다.



드라마도 보고, 예능도 봤다.
보는 건 다 재밌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채널을 멈추게 만든 건

음악방송 속 화려한 '아이돌'들이었다.


잘생긴 오빠들, 예쁜 언니들이 좋았다.
얼굴만 봐도 흐뭇해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나는 꽤 이른 나이에 알게 됐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는 음악 방송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토크쇼를 빠짐없이 챙겨봤다.
어릴 적에는 신문에 그날의 편성표가 실렸는데,
형광펜으로 칠해가며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외모만 보고 좋아했지만,

그 이유로는 오래 좋아할 수 없었다.


활동을 거듭할수록
멤버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게 보였다.


나의 '오빠들'이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거라고 말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일 거라고 믿고 싶었던 건
그들보다도,

아마 그 시기의 나였을 것이다.


그래서 해체 소식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렇게 아이돌을 좋아하다 보니,
내가 동경하고 있던 건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화면 너머의 세계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넘어서
드라마와 영화, 예능까지.

어떤 세상일까,
그 질문에 대한 동경이 점점 커져갔다.


TV 속 세상은 늘 반짝였다.
누군가는 무대 위에 있었고,
누군가는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나의 하루와는 전혀 다른 감정과 서사가
매일같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래서 동경의 세계,

그 근처에 가고 싶어졌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TV 화면 너머의 순간들을

누가 만드는 것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대학에서는 관련된 전공을 선택했고,
이후에도 그 질문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보기로 했다.

분야는 조금씩 달랐지만
늘 콘텐츠의 언저리에 있었다.


돌아보면,
나는 한 번도 멀리 벗어난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무대 위의 아이돌을 보고 있으면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지금의 나는

어릴 적 보던 화면을 조금 다른 위치에서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화면 너머의 사람들을 사랑한다.


다만, 예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