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기다리는 시간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은
이상하게도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고 싶은 영화의 개봉일을 기다리고,
다음 주에 시작하는 드라마를 기다리고,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의 경기를 기다리는 일도 비슷하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떤 자리에 앉게 된다.
그 자리는 대부분
기다리는 자리다.
요즘 나는 한 그룹의 컴백을 기다리고 있다.
컴백을 기다리는 동안
팬들은 가끔 아직 오지 않은 무대를 먼저 상상한다.
다음 앨범에는 어떤 노래가 들어 있을지,
어떤 콘셉트로 무대에 올라올지,
조명이 켜지는 순간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아직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았는데도
그 장면은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지나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무대에 서 있을 때 눈빛이 가장 먼저 변하는 사람이다.
조명이 켜지는 순간,
표정이 달라지는 그 순간을
나는 항상 기다린다.
팬에게 기다림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그래서 기다림의 시간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조금 먼저 살아보는 시간이 된다.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그 사이에 관심을 잃고 떠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남아 있다.
누군가의 다음을 믿는 동안
우리는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팬은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