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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y 09. 2024

진정 나를 위한다면 ...?

버터에 구운 식빵과 계란 프라이

"엄마, 엄마 빨리 밥줘. 엄마 때문에 나 학교 늦으면 어떡해."


하....네가 학교에 늦는게 왜 나 때문이냐. 이눔의 자슥아.라는 말은 잠식 속에 담아두고

"그래, 알았어. 밥 줄게~"라며 상냥한 엄마 모드로 택이의 말에 답한다.

아침부터 아이들 마음에 스크래치를 내면 엄마는 온종일 아이들 생각에 끙끙댄다.

'내가 너무 했나? 혹시 학교에서 울고 있는거 아냐?'라는 생각이 맴돌기에 아침에는 최~대한 상냥함으로 아이를 대하려고 한다. 물론 참지 못할만큼 펄펄 끓는 화를 못 참고 실패할 때도 많지만 어쨌든 노력은 한다.    


참 신기한 것이 나는 어릴적 아침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우리 삼남매는 일어나면 밥을 찾는다.

"엄마, 배고파."가 우리 둘째 온이의 아침 인사다. 내가 밥을 조금만 늦게 차려주면 아이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 간식을 마구 입에 집어 넣기에 얼른 제대로 된 밥을 해줘야 한다.


아침은 사실 많이 분주한 시간이다. 초등 3학년인 택이의 등교 준비, 유친원에 다니는 온이의 등원 준비, 막내 별이와의 놀이 등등 해야할 일들이 만만치 않게 즐비해 있다.


그 와중에 만드는 아침 식사는 최대한 '간단한 것들'위주이다. 누룽지, 토스트, 샐러드, 계란 볶음밥 등등 십분 안에 짜라란 만드는 음식들을 좋아한다.


세 남매의 식성이 모두 달라서 택이는 누룽지를 싫어하고 온이는 우아하게 토스트에 스프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고 별이는 김에 밥만 싸주면 게눈 감추듯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바쁘지 않을 때는 취향을 존중해서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많이 없기에 좋든 싫든 메뉴 통일을 한다.


오늘은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 그리고 과일과 샐러드!아이들은 토스트와 계란, 키위만 쏙 빼먹고 샐러드는 아빠만 먹는다.


이 간단한 아침 식사를 끝내고 다들 각자의 일터와 학교와 유치원으로 쏙 가고 나면 나도 진이 빠져 버린다.


나를 위한 예쁜 그릇에 담긴 우아한 아침 식사를 따로 만들기에는 에너지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남긴 빵조각, 계란 노른자를 대충 집어 먹고 아침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어떤 작가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예쁜 접시에 음식을 담아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그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작은 표현이기에 귀찮더라도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녀는 또한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거울을 보고 한다고도 했다. "너를 사랑해"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그 글을 읽고서 '맞아! 나도 나 자신을 잘 챙겨줘야해! 내가 안챙기면 내 자식도 나를 안챙긴다고!!'라고 생각하면서 건강한 음식로 끼니를 잘 챙겨먹고 좋은 접시에 밥을 먹겠어!'라고 다짐했지만 작심 삼일이었다.


너~무 귀찮아서, 또 내가 너무 잘 차려 먹으면 이미 배가 부르게 먹은 별이도 달려들어서 또 먹겠다고 내 것을 뺏어 먹기에 그냥 하던대로 있는 음식들을 대충 입에 집어 넣는다. 하하.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짜 자존감은 비록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더라도, 애들한테 뺏길까봐 싱크대에서 몰래 야금야금 밥을 먹더라도, 나의 존재의 가치는 변하지 않음을 믿어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일단 나는 남은 음식들이 너무 아깝다! ㅎ


우리는 우리를 위한 일을 '소비'에서 찾는 일이 많다.

고단한 나의 하루의 마무리를 위한 치킨 배달,

직장에서 수고한 나를 위한 떠나는 해외 여행,

명절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명품 가방 구입 등등, 우리는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소비'를 선택한다.

좋다 다 좋다. (사실 속으로는 부러울 때도 많다. 하하. )


그런데 우리는 그 '소비'가 끝나면 종종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정말 갖고 싶은 옷을 큰 마음 먹고 샀다면 그 만족감이 얼마나 갈까? 일주일을 가지 못할 것이다. 진짜 가고 싶은 휴양지를 다녀온다면? 너무 좋지만 돌아오는 비행기와 공항에서 우리는 다시금 느껴지는 일상의 짐을 어깨에 짊어진다.


'소비'는 우리의 허한 마음을 지속하여 채워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말 '나'를 위한 일일까?

나는 '성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하기 싫은 그 일을 해내는 습관을 길러내는 것,

참지 못하는 울화통을 참아보는 것,

귀찮지만 남들에게 먼저 상냥하게 대하는 것,

늘 얼굴에 웃음을 머금는 것,

남을 위해 축복해 주는 것,

시기 질투로 동료를 대하지 않고 연민과 사랑으로 대하는 것,

이 시대 우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이런 것들을 해보는 것,

그 과정들을 통해서 나의 인격이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것이 나는 진정한 '나를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나저나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어제 먹고 남은 카레와 시어머님이 만들어주신 김치를 예쁜 접시에 담아 먹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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