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 May 16. 2024

별이가 선풍기에 손을 넣었다

어느 슬픈 날의 김밥


어느날 저녁이었다. 다음날 교회 야유회가 있어서 미리 김밥 재료를 넉넉히 준비하여 저녁으로도 김밥을 먹고 다음날 도시락도 쌀 요량이었다.


햄,단무지,당근,오이,어묵,계란이 들어간 가장 보통의 김밥은 참기름을 살살 발라 더 고소하게 만들어졌다.


맛있게 하하호호 담소를 나누며 저녁을 마무리하고 남편과 나는 저녁 먹은 그릇들을 치우고 정리를 하고 아이들 셋은 안방에서 자기들끼리 꺄르르거리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별이의 울음 소리가 들리더니 아이들이 소리쳤다.

“엄마! 별이 피나!!”

“엄마, 별이가 선풍기에 손가락을 집어넣었어.”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 앉았다. 깜짝 놀라 남편과 들어가 보니 별이 손가락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집에서 처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급하게 아이들 옷을 입히고 근처 병원의 응급실로 향했다.


가는 내내 나는 선풍기에 그물망을 씌어놓지 않는 나 자신을 질책했다.


‘나 때문에 별이가 다친거야...’


응급실에 도착하고 잠시 대기하고 있다가 별이와 함께 남편이 응급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5분도 되지 않아서 남편이 나오더니 이야기했다.


“별이 손가락 찢겨진 곳을 봉합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 이 병원에서는 할 수가 없대.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래.“


가슴이 다시 철렁 내려 앉았다. 우리는 차안에서 갈  수 있는 병원에 전화했지만 모든 병원에서 소독까지는 가능하지만 봉합은 지금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말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울 수도 없었다. 세명의 아이들이 모두 남편과 나만 보고 있었기에.


다행히 별이의 피는 멈추었고 별이는 아프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연락할 수 있는 병원들에서 모두 거절 당하고 난 뒤 병원에서 일하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아이가 아파하지 않고 피가 멈추었으니 지금 당장 병원에 가는 것보다 내일 아침에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집으로 가게 되었다. 이런 정신 없는

상황에서 우리 택이(첫째)와 온이(둘째)는 엄마 아빠를 따라 다니느라 더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차안에서 잠든 별이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뒤돌아서 택이와 온이를 보았다. 얘들은 뭘 하느라 이렇게 조용하지....?


뒤돌아 보았더니 택이와 온이는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하나님,우리 별이 치료 잘 받게 해 주세요. 아픈 곳 낫게 해주세요. 도와주세요.“


이렇게 조용 조용 기도하는 아이들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들도 별이가 다쳐서 마음이 많이 아팠구나.....

정신없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며 가만히 기도하고 있었던 온이와 택이의 마음이 너무 예쁜데 또 동생이 다쳐 놀란 아이들의 마음을 잘 보듬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다음날 별이를 데리고 간 병원에서는 다행히

별이가 뼈에도 이상이 없고 아이라서 치유가 빠를테니 봉합없이 잘 지켜보자고 하셨다.


휴......


시간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를 날이었다. 아이가 아프니 어떤 것도 중요하게 여겨지는게 없었다.


별이가 이만한게

참 다행이다.


택이와 온이가 불평 한 번 않고 함께 해줘서 참 고맙다.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서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내 모습과 다르게 모든 일들에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짜증 한번 없이 일을 처리해준 남편도 참 고맙고 든든하다.


우리 아이들 더 세심히 잘 돌봐야지,

그리고 주변의 다른 아이들도 잘 지켜봐줘야지.

이렇게

다짐을 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