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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n 19. 2024

남편의 말

당신은 진정한 Tea 입니다.

“여보, 내가 어제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빵을 쌌어.”

“힘든데 왜 빵을 샀어?”

듣지 않아도 들리는 그의 대답이다.


나의 남편은 토종 경상도 싸나이다.

경상도 싸나이는 하루에 딱 세마디면 된다.

“밥 묵었나?”

“아는?(애들은?)”

“자자.”


이 세마디로 충분한 나의 남편에게 나는 십년의 오랜 시간 동안 동일하게 요구한 것이 있었다.


바로 내 말을 분석하지 말고 판단도 하지 말고 ‘공감’을 해달라는 것이다. 남편은 상황 파악이 정확하고 사람을 보는 눈이 꽤 정확해서 어떤 일이든 잘 파악하고 결론까지 내서 내게 가르쳐 주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내가 하는 말 따라해봐. 아~ 그랬구나~.“

그러면 남편은 마치 AI로봇이 덜 진화한 버전으로 딱딱 끊어서 말을 한다.

“아.그.랬.구.나.”

하하하.


그런 남편에게 큰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지나가면서 하는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내 필요를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에어컨을 청소해야 하는데, 유튜브 보니까 셀프로 분해해서 사람들이 청소하더라.”라고 흘러가는 말로 말하면 곧장 유튜브를 찾아서 셀프로 에어컨을 청소하는 남편을 발견하게 된다.


그밖의 불편 사항들을 슬쩍 말하면 언제나 그 말을 저장해서 고쳐주려고 하는 남편을 보면 ‘공감 능력 부족‘으로 구박했던 내가 머쓱해질만큼 따뜻하고 자상해 보인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이것 하나가 뛰어나면 요것 하나는 부족하기 나름이다.

남편이 보기에 나는 또 얼마나 부족함이 많은 한 존재일까.


그런데 그가 나의 부족함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처럼, 나도 그의 부족함이 아닌 ‘강점’에 눈을 돌리는 아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면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우러내며 물 한 잔을 향긋하게 만드는 당신은 진정한 ‘Te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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