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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l 11. 2024

들꽃

장미, 백합, 목련, 제라늄, 수선화 ... 색도 곱고 화려해서 어디에 있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꽃들이 있다. 이런 꽃들은 그들의 아름다움을 사모하는 이들의 식탁 위에, 정원에, 베란다에 그 예쁨을 드러내며 머물고 있을 터였다.


셋째 별이의 유모차를 끌고 아파트 화단을 지나면 관리 사무소 직원 분들이 심어 놓은 알록달록 꽃들 사이로 조그마한 꽃들이 듬성 듬성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너무 작고 부드러워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작고 귀여운 꽃들을 대할 때면,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자라나는 그 꽃들이 대견해 보이기도 한다.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보다 이런 들꽃들이 너무 좋아. 이 꽃들을 보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모두가 알아주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 늘 있어서 이렇게 예쁘게 길을 꾸며주는 사람. 나 같지 않아?"


남편의 대답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잡초 같은 그 강함이 나를 닮았다는 식의 칭찬인 것 같지 않은 말을 했던 것 같다.


뭐라해도 나는 들꽃이 좋다. 들꽃에도 다 이름이 있겠지. 한동안은 아이들과 함께 꽃사진을 찍어 네이버로 꽃이름을 찾아보는 놀이를 했더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의 이름을 찾아보고는, 나는 내 가족 외에는 그 꽃을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꽃 이야기를 하면서 꽃의 이름도 알려줘야할 것 같은데.... 차마 그 꽃 이름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 꽃의 이름은...

 

<출처 - 네이버 이미지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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