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시작

by 그레이스

막내가 유치원에 적응하기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아침마다 눈물을 흘리고 나를 부여잡았고 급기야는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과 막내의 첫 기관 등원에 이은 장염, 독감, 도둑 등등 여러가지 이슈로

바람 잘 날 없는 두달의 시간을 보냈다.


우와, 사는게 어떻게 이렇게 힘들지? 라는 생각이 종종 나를 사로잡았다.

브런치 글쓰기는 엄두도 못냈다.

나의 목표는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달의 시간이 지났다.

막내는 유치원에 울지 않고 등원하기 시작했다.

독감 후유증으로 저녁 8시면 잠이 들고 낮에도 골골대던 아이들과 나는 이제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와 아이들이 어른들께 받아 모아놓은 용돈을 고스란히 가져간 도둑은 아직 잡지 못했다.

우리집에는 경찰이 이틀동안 다섯명이 왔다. 그 와중에 경찰이 꿈인 우리 막내는 경찰을 실컷 만나서 너무나 좋아했다.


나의 목표는 매일 글을 쓰는 것이었다.

어린이 동화 공모전에 장편을 내보는 목표도 있었다.

부모님의 생신 선물을 감당하기 위해 라디오 사연도 쓰려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가족들의 매 끼니를 챙겨 주었고 매일 세탁기에 가득 찬 빨래를 미루지 않았고

매일의 설거지와 청소를 쉬지 않았다.

나는 열심히 살았다.


이런 두서 없는 글을 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다시 글을 쓰고,

더 다듬어진 재미있고 유익한 글을 완성하고 싶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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