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은 왜 어버이날과 이리도 붙어 있는 것일까?
우리 가정은 어린이날에 아이들을 위해 놀러간 적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어버이날은 평일이기에 그 날 찾아뵙지 못할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요번에는 시댁에 가서 자고 오지 말고 바로 와요~"
우리 시댁은 시골집이다.
우리에게 내어줄 방 한칸이 없기에 거실겸 안방에서 5명이 촘촘히 붙어서 자야한다. 우리가 방에서 자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주방에 이불을 깔고 주무신다. 그런데 화장실이 주방을 지나야지만 갈 수 있어서 밤에 화장실을 가려면 주무시고 있는 시부모님 옆을 살금 살금 걸어서 가야 한다. 게다가 시부모님들은 새벽에 자주 깨신다. 깨실때마다 두분이서 나누는 대화들 덕분에 나도 덩달아 깨게 된다. 그러니 시댁에 가는 것은 좋아도 잠은 정말이지 자고 싶지 않은 것이 내 마음이다. 시댁에 가는 길은 평소에 편도 1시간 50분 정도로 하루 동안 왕복으로 다녀온다고 해도 아주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부모님들이 안자고 가면 너무 서운하실 것 같아. 우리 하룻밤 자고 다음날 부모님 일도 좀 도와드리고 오자."
두둥. 하룻밤 자고 다음날 일도 하고 오자고?
남편의 말에 갑자기 신경이 곤두섰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생각해보니 남편은 지난달 친정에 갔을 때에도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우리 할머니에게 인사까지 드리고 왔다. 지난 설에는 갑자기 내린 폭설로 친정에서 3일을 지냈다. 남편도 불편하겠지만 감수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니 이번에는 나도 감당해야할 것이었다.
아니, 그런데 왜이리 마음이 힘든지 모를 일이었다.
왜 이렇게 가기가 싫은지, 마음 속으로는 가기 싫다를 천이백사십아홉번쯤 되뇌이며 시댁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시여동생 가족들과 마당에 앉아 고기를 구워 먹었다.
시원한 날씨에 마당에 앉아 식사를 하니 내 안에 쌓였던 불만들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게다가 시동생이 사온 소고기의 맛은 일품이었다. (저녁은 우리가 샀다.)
어머니가 재배한 상추며 채소들은 싱싱했고, 직접 만드신 나물 반찬들은 내 입맛에 꼭 맞았다.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나섰다.
시골 초등학교에 들어서니, 산 속에 둘러싸인 예쁜 건물과 여러 운동 기구들이 우리를 반겼다.
가만히 흔들 의자에 앉아서 생각했다.
'와, 여기 참 좋다. 안 자고 어제 바로 갔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이렇듯, 뒤돌아면 내 삶에서는 곧 죽어도 하기 싫은 것들을 해냈을 때에 느꼈던 의외의 성취감, 행복감, 만족감이 있었다.
시댁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편과 나는 '우리 이번에도 수고했다. 동지여.'라는 마음이 생겨난 듯 하다. 다음달에는 엄마의 생신이라 또 왕복 7시간의 길을 떠나야 한다. 우리 시댁과 친정은 왜이리 멀리도 있는지. 하하.
그 길을 가는 내 마음은 또 어려워지겠지만 다녀오면 느끼겠지.
'이번 미션도 완료!'
그러고 보니 삶은 도장깨기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막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