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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즈 Nov 14. 2021

낚시꾼은 고기가잡힐 때까지 찌를 거두지않는다

제출했던 글들이 줄줄이 공모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는 일이나 잘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해서 하는 일은 잘하고 있나. 그것 또한 아닌 걸. 그저 미약한 바람마저 사라졌다.  

어떤 공모전에는 2,000여 편의 글이 접수되었고 100여 편의 글이 수상의 명예를 안았다. 어떤 공모전은 300여 편의 글이 접수되었고 십여 편의 글이 수상의 기쁨을 얻었다. 순위로 등급을 매기는 일은 대학교 들어갈 때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순위로 줄 세우는 일이 참 많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수많은 수재를 뒷받침해 주는 배경일 뿐이구나. 기대 몇 스푼을 얹었기에 상실감은 꽤 지속됐다. 그러니까 일종의 패배감.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떠올랐다.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 주변에서 해주는 말은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였구나. 수상한 사람들은 글을 도대체 얼마나 잘 쓰는 거야. 공모전에 당선되는 사람들은 존나 천재이구나. 쓰는 사람으로 10년을 일했는데 이런 수상 경력 하나도 없다니, 10년은 더 갈고 닦아야겠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구나. 그래도 죽기 전에 내 글을 하나 출판하고 싶어. 에이- 내가 무슨 출판이야. 책 한권을 만들려면 존나 부지런해야 해. 하지만 나는 존나 게을러. 내 사유는 공감력이 떨어지나. 이제 어디 가서 글 쓴다고 말하지 말아야지. 역시 글은 어려워, 존나 겸손해야지.’

실망감이 여력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결과가 그렇다는데. 공모전 결과 발표가 진행된 후, 우후죽순 당선자들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나와는 확연하게 다른 부분이 읽혔다. 그리고 나는 정확하게 나의 글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게 됐다. 내 문장은 확실히 그들과 비교하여 빈약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인생에서 실패는 꾸준하게 발생할 것이다. 이전에도 실패가 있었으며, 앞으로도 실패는 존재할 것이다. 다만 지나간 실패는 잊혀지기 마련이라, 매번 새로운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마치 처음 겪어보는 일처럼 쓰라릴 뿐. 하지만 다양한 강도의 실패가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때가 오지 않을까.  

그러하니 실패는 금방 훌훌 털어내고 말아야 한다. ‘어쩌라고’ 라는 마음으로. 수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기대는 아무런 죄가 없다. 수상할 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던 순수한 마음이 공모전에 글을 제출하고 난 후 한동안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그 기대가 기대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아무렴 기대는 죄가 없다. 물론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또 다른 기대에 기쁨을 걸어보며, 열심히 쓰고자 한다. 낚시꾼이 고기가 잡힐 때까지 ‘찌’를 거두지 않는 것처럼. 그것이 비록 수상할 만큼의 형편 있는 글이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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