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와 이직을 번복하다 보니 ‘에디터’ 혹은 ‘작가’타이틀을 단 이들을 다양하게 만나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믿는 '잘하는 사람들'. 경력 무관하고 책 한 권쯤 만들어 본 후 자신의 실력이 꽤 괜찮다고 믿는 '부족한 사람들'. 이건 불변의 법칙이다. 신기하게도 잘하는 이들은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계속해서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반면 능력이 없지만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이들은 더이상 발전하려는 노력을 안 한다. 그러하니 실력이 느는 일이란 있을 수 없는 일. 그들은 대개 작가(혹은 에디터)인 자신에게 취해 있기도 하다. 아마 이건 어떤 분야에서든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과대 평가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성적을 스스로 평가하게 했더니 실력이 좋은 학생은 실제보다 낮게, 실력이 나쁜 학생은 실제보다 높게 자신의 성적을 평가했다는 실험에서 유래한 심리학 단어다. 그들의 '자뻑' 심리는 여러 요인으로부터 기인한다. 먼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 깨닫는 '메타인지'가 부족해서다. 즉, 자신의 행동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한정된 시각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능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며, 지식이 풍부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한정된 시각 때문에 그들은 어쭙잖은 지식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작은 지식만으로도 분야를 모두 섭렵한 것처럼. 이를테면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처럼.
무수히 많은 더닝 크루거 작가, 에디터를 현업에서 만나면서 나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왜냐면 자신의 능력 착각에 빠져 있는 이들은 도통 남의 피드백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듣고 있다고 하더라도 '듣는 척'하고 있는 게 뻔하다. 어떨 때는 그런 그들의 '자뻑' 태도가 부러울 때도 있다. 더닝 크루거는 어쨌든 본인은 '해피'하니까.
그들을 보면 귀감이 되기보다 반면교사 삼게 된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체 하지 않고,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내가 가진 지식을 전부라 믿지 않으려 한다. 피드백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려한다. 그러나 한 가지 더 필요한 마음이 있을 것 같다. 더닝 크루거들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 어쨌든 세상에는 자신의 무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널려 있을 것이고, 그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은 계속해서 반복해 나타날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을 무장하는 것 또한, 더 나은 지성으로 거듭하는 통과의례의 한 과정일테니까.
내 자신을 너무나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도, 너무나도 피곤한 일이다. 나도 좀 얻고 싶네 자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