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득
산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너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지친 내 어깨 위에
작은 소나무 한 그루를 심어 주었다
세상은 처음부터 불이 아님에
미워하지 말라고
아직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것 뿐이니
그를 이해하고 용서하라며
타다 만 공룡의 뼈 한 조각을 보여주었다
희망을 가져봐
유유히 높은 하늘을 나는 새들과
뭉게뭉게 떠도는 구름
우거진 숲과 나무 사이로
불쑥 솟아오른 바위와
그 바위 속을
우렁차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들
평화란 저런 거란다
저 흐르는 물소리가
몇 만 리 밖 우주로 날아가
다시 태고의 성음(聲音)이 되어 돌아오는 날
너의 산에도 나무들이 자라고
꽃이 피고 새가 울 거야 하며
가만가만 흐르는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