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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4. 2018

북한산

내가 문득

산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너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지친 내 어깨 위에

작은 소나무 한 그루를 심어 주었다


세상은 처음부터 불이 아님에

미워하지 말라고

아직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것 뿐이니

그를 이해하고 용서하라며

타다 만 공룡의 뼈 한 조각을 보여주었다


희망을 가져봐

유유히 높은 하늘을 나는 새들과

뭉게뭉게 떠도는 구름

우거진 숲과 나무 사이로

불쑥 솟아오른 바위와

그 바위 속을

우렁차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들


평화란 저런 거란다

저 흐르는 물소리가

몇 만 리 밖 우주로 날아가

다시 태고의 성음(聲音)이 되어 돌아오는 날

너의 산에도 나무들이 자라고

꽃이 피고 새가 울 거야 하며


가만가만 흐르는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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