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해당 이종헌 Apr 14. 2018

보허각

삼각산 조계동 구천은폭
십일 폭 물줄기가 여산(廬山)을 능가한다는 
성동 제일경(城東第一境)


폭포 양쪽에 우뚝 솟은 봉우리는
봉황이 활짝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듯

인조의 삼남이자 
효종의 아우인 인평대군(麟坪大君)이 
그 폭포 중허리에 무지개다리를 놓고 
보허각(步虛閣)을 세웠는데


뒤로는 천상의 은하수가 쏟아지고
앞으로는 드넓은 마들평이 눈아래 펼쳐지니

이로부터 구천은폭(九天銀瀑)의 명성이 
멀리 중원(中原) 땅까지 울려퍼졌네


인평은 소현, 봉림과 함께 
심양에 볼모로 끌려갔던 비운의 왕자
망국의 비애가 뼈에 사무칠 때면
홀로 보허각에 올라
흐르는 물소리에 시름 달랬으리


그러다 문득 비바람 불고 
천둥번개 몰아치는 날이면
저도 모르게 봉황을 타고 날아올라 
드넓은 만주 벌판 호령하고 다녔으리


지금은 봉황도 떠나고
보허각은 무너져 옛 자취 찾을 길 없으니
천백 년 지나도록
돌다리와 은폭만은 변치 않으리라던 주인의 말도
한갓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네

작가의 이전글 북한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