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고
집을 나선 아침
모든 여자는 쓸개즙처럼 쓰다는
팔라다스의 말을 떠올리며
퉤퉤하고 침을 뱉는다
비가 올 듯 잔뜩 찌푸린 날씨
흐린 날이면 더욱 서글퍼지는 나는
어젯밤에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와
한바탕 멱살잡이를 하고야 말았다
공자는 내 나이에
어느덧 천명을 알았고
남곽자기는 육체를 마른 장작과 같이 하고
마음을 불 꺼진 재와 같게 할 줄 알았다는데
어젯밤에 나는
체면이고 나발이고 다 집어던진 채
어린아이처럼 뒤엉켜 싸웠던 것이다
늙는 것이 서러워
더 늙기 전에 그랬던가 보다 하며 퉤퉤 침을 뱉는다
세상 참 오래살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