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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4. 2018

세상 참 오래살고 볼 일이다

아내와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고

집을 나선 아침

모든 여자는 쓸개즙처럼 쓰다는

팔라다스의 말을 떠올리며

퉤퉤하고 침을 뱉는다

비가 올 듯 잔뜩 찌푸린 날씨

흐린 날이면 더욱 서글퍼지는 나는

어젯밤에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와

한바탕 멱살잡이를 하고야 말았다

공자는 내 나이에

어느덧 천명을 알았고

남곽자기는 육체를 마른 장작과 같이 하고

마음을 불 꺼진 재와 같게 할 줄 알았다는데

어젯밤에 나는

체면이고 나발이고 다 집어던진 채

어린아이처럼 뒤엉켜 싸웠던 것이다

늙는 것이 서러워

더 늙기 전에 그랬던가 보다 하며 퉤퉤 침을 뱉는다

세상 참 오래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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