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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4. 2018

동파


천 년 전에 떠난 동파(東坡)가

광화문 한복판에 나타났다 

칠척 장신의 큰 키에

머리에는 오각건(五角巾)을 쓰고

가늘고 긴 눈과

산양(山羊)의 수염을 한 그는

반쯤 취한 듯

무릎 위에 지팡이를 올려놓은 채

길가에 앉아 쉬고 있었다 

평생토록 신선을 사모하였고

연단술(練丹術)에 도통했다고는 해도

죽어서도 죽지 못한 채

살아있는 자들보다 더 바쁘게,

위대한 시인이자 정치가로

화가이자 서예가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동파 

"내 평생의 공적을

황주, 혜주, 담주라 하였더니

죽어서까지 이리 힘들게 살아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소."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그의 두 눈에

어느덧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조맹부 작 「동파소상」- 동파소상은 중국 원나라 때의 화가이자 서예가인 조맹부(1254~1322)가 행서로 쓴 『전·후적벽부』 책의 첫머리에 실려 있는 그림이다. 현재 고궁박물원 소장이며 조맹부 49세 때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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