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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4. 2018

상실

내 몸 어디에선가 쉰내가 난다

쉰 살이니까

쉰내가 나는 게지 하다가도

거울 앞에 서서 몸 안 구석구석

냄새의 진원지를 찾는다

스무 살 젊은 처녀의 몸에서는 수선화 향기가 난다는데

아이들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는 스무 살의 나는

박제가 된 채 낡은 앨범 속에 틀어박혀 있고

거울 속에는 머리가 하얗고 등이 굽은

낯선 사내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다

퀭한 눈과

낙인(烙印)처럼 깊은 주름살

거울 속의 사내가 씩~ 하고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스무 살 젊은 처녀의 몸에서는 수선화 향기가 난다는데

내가 원하던 시인(詩人)도 되지 못한 나는

오늘도 몇 줄 시를 끄적이다 말고 킁킁거리며

낯선 사내와 함께 허겁지겁 술집으로 향한다

내 몸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쉰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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