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어디에선가 쉰내가 난다
쉰 살이니까
쉰내가 나는 게지 하다가도
거울 앞에 서서 몸 안 구석구석
냄새의 진원지를 찾는다
스무 살 젊은 처녀의 몸에서는 수선화 향기가 난다는데
아이들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는 스무 살의 나는
박제가 된 채 낡은 앨범 속에 틀어박혀 있고
거울 속에는 머리가 하얗고 등이 굽은
낯선 사내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다
퀭한 눈과
낙인(烙印)처럼 깊은 주름살
거울 속의 사내가 씩~ 하고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스무 살 젊은 처녀의 몸에서는 수선화 향기가 난다는데
내가 원하던 시인(詩人)도 되지 못한 나는
오늘도 몇 줄 시를 끄적이다 말고 킁킁거리며
낯선 사내와 함께 허겁지겁 술집으로 향한다
내 몸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쉰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