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성곽길을 오르며
인왕이 저토록 장쾌하고 멋진 산이었는가를
겸재에게 묻는다
시화상간(詩畵相看)의 지음(知音)을 위해
씩씩하게 병상을 털고 일어나라는 뜻으로 그렸다는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를 말없이 굽어보다가
그 산 아래 어디 쯤엔가에 살았을
사천노인(槎川老人)의 전별시를 떠올린다
시인 묵객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사람의 우정은
저 인왕의 굳세고도 장엄한 기상을 닮았는데
오늘 나는 누구와 더불어 시와 그림을 바꾸어 볼건가
외로움이 운무처럼 피어오르는 도심 한복판에
인왕이 우뚝 솟아있는 뜻을
겸재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