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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5. 2018

발가락이 아프다

또 통풍(痛風)인가 보다

가을도 다 끝나갈 무렵

퇴근길에 봐두었던 농원에 들러

장미 묘목을 사다가

집 앞 화단에 옮겨 심고 나니

오른쪽 엄지발가락 관절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바늘로 찌르듯 뼈마디가 욱신거린다

지난여름

까닭 없이 부어오르는 발을 절뚝거리며

동네 의원을 찾았을 때

간밤의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듯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늙은 의사는 대뜸

통풍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으레 나이 먹으면 생기는 병이라며

붉은 고기와 육류의 내장과 등 푸른 생선의 섭취를 피하고

음주를 금하며 그것도 맥주는 절대 마셔서는 안 된다며

마치 종신형(終身刑)을 선고하는 판사처럼

한봉다리의 약과 주사를 처방해 주었다

내 나이 오십이 넘었으니

어느덧 인생의 절반을 넘어섰는데

이제 다시 술 한 잔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또다시 인생의 절반을 잃고 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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