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통풍(痛風)인가 보다
가을도 다 끝나갈 무렵
퇴근길에 봐두었던 농원에 들러
장미 묘목을 사다가
집 앞 화단에 옮겨 심고 나니
오른쪽 엄지발가락 관절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바늘로 찌르듯 뼈마디가 욱신거린다
지난여름
까닭 없이 부어오르는 발을 절뚝거리며
동네 의원을 찾았을 때
간밤의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듯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늙은 의사는 대뜸
통풍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으레 나이 먹으면 생기는 병이라며
붉은 고기와 육류의 내장과 등 푸른 생선의 섭취를 피하고
음주를 금하며 그것도 맥주는 절대 마셔서는 안 된다며
마치 종신형(終身刑)을 선고하는 판사처럼
한봉다리의 약과 주사를 처방해 주었다
내 나이 오십이 넘었으니
어느덧 인생의 절반을 넘어섰는데
이제 다시 술 한 잔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또다시 인생의 절반을 잃고 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