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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5. 2018

비 오는 날

오랜만에 그 친구와 만나 
술이나 한 잔 했으면 

비오는 날 
여름 장마도 아닌 봄비가 
창살처럼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날, 

후두둑 후두둑, 미루나무 
이파리를 두드리는 빗방울소리에 놀라 

둥지 속으로 자지러드는 뱁새새끼 같이 
간만에 아주 간만에 그 친구의 품이 
그리워지네 

일년에 한 두 번 
겨우 전화나 주고받는, 

구로동 어느 이름 모를 마찌꼬바에서 
손가락 하나 잘라먹고, 
냇가에서 고기잡으며 멱감고 놀던 때 그립다고 

어느날 문득 밤차 타고 고향 간 그 친구 
사십이 훌쩍 넘도록 장가도 못 간 그 친구 

이따금 아주 이따금 
굵은 빗방울에 젖은 배춧잎같이, 
제수씨며 아이들은 잘 지내느냐고 

열심히 열심히 안부를 물어쌌는

지지리도 못난 그 친구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그 친구와 만나 술이라도 한잔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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