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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5. 2018

낙화

고요히 

삶에만 
머물게 하소서 

하늘마저 
물들이고 싶었던 
욕망의 화구(火口)를 지나 

아수라(阿修羅)의 계곡 
선혈처럼 붉은 
꽃잎 떨어지던 날 

다시 눈비 맞으며 
저문 밤을 지키는 
고독한 나무 되게 하소서 

달콤한 
껍데기의 
유혹 벗어던지고 

저녁 안개와 
흐르는 달빛 

밤마다 
순수의 속살 씻는 
무심(無心)의 나무 되게 하소서 

한 방울의 이슬에도 
가슴 떨리는 
어리석은 나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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