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by 현해당 이종헌

고요히

삶에만
머물게 하소서

하늘마저
물들이고 싶었던
욕망의 화구(火口)를 지나

아수라(阿修羅)의 계곡
선혈처럼 붉은
꽃잎 떨어지던 날

다시 눈비 맞으며
저문 밤을 지키는
고독한 나무 되게 하소서

달콤한
껍데기의
유혹 벗어던지고

저녁 안개와
흐르는 달빛

밤마다
순수의 속살 씻는
무심(無心)의 나무 되게 하소서

한 방울의 이슬에도
가슴 떨리는
어리석은 나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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