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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5. 2018

인연산 가는 길

가도 가도 끝 없드라 
가평군 북면 인연산 가는 길 

옛날 옛적

팔뚝 굵은 선머슴 하나가 
이쁘장한 주인집 마나님을 들쳐업고
봉알에 풍경 소리 나도록 내빼다가 
밤새 도망질하다가 
산깊고 물맑은 골짜기 
편편한 바위에 앉아 
설렌 가슴 쓸어안고 
"마님, 죽을 죄를 지었구만요 
이놈을 용서해 주사요." 
하고 머리를 조아릴 때, 
족히 삼십년은 됐음직한 더덕 뿌리를 캐 듯 
조심조심 포대기를 풀어헤쳤을 때,
잣나무 가지 사이로 쫑긋 
머리를 내미는 다람쥐새끼 모냥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 춘섬이. 
"에라이, 이년..." 하고 뒤도 안 보고 달음질치다가 
쑥대머리 귀신형용 성춘향이 생각나 
"에라이 이것도 인연인데..." 하고 더덕캐고 잣따며
백년 해로했다는 전설 하나 있을 법한 곳

가도 가도 끝 없드라 
가평군 북면 인연산 가는 길 
 

*인연산의 본래 이름은 연인산입니다. 인연산인 줄 알고 시를 썼는데 알고 보니 연인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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