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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6. 2018

보성다원

산 하나 넘으면 지척인 곳을 불혹 지나고 지천명이 되어서야 찾았네. 어린 시절 아버지 품에 안겨 난생처음 가 보았던 회천 바다, 굽이굽이 넘어가던 봇재의 기억이 새로운데, 활성산 자락 아름드리 삼나무 숲길 따라 육자배기 가락처럼 정겨운 다원이 거기 있었네. 가지와 잎은 푸른 옥을 닮았고, 열매와 꽃은 한 데 어우러져 신선의 땅을 이루었는데, 문득 솔바람 회나무 빗소리에 춘설차 한 모금이 향기롭구려. 차는 본디 하늘과 신선과 사람과 귀신이 모두 아끼고 사랑하는 물건이라, 여든 노인의 양 뺨이 복사꽃처럼 붉어진다고 하고, 본래부터 차와 선(禪)은 둘이 아니라 하였으니, 사랑하는 그대여, 부디 차 마시고 공부하는 일 게을리하지 마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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