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벽면 한쪽에
우두커니 매달려있는 북어
퀭한 눈이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아가리가
하루 종일 북적대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시달리다가
몸도 마음도
석고(石膏)처럼 굳어져버린 북어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텅 빈 교실에 어둠이 깊어질 때
북어는 비로소 제 몸을 칭칭 감고 있는
무명의 실타래를 빠져나와
달빛 젖은 알래스카
베링 해의 푸른 파도 속을 유유히 헤엄쳐 간다
처음부터 북어는 북어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북어는 북어가 아니었다
나도 북어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