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

by 현해당 이종헌

가스레인지 위에
보글보글
찻물이 끓고 있다

싱거웠던 하루
성긴 빗방울에 흘려보내고

아침에 걸었던 발자취
저녁에 다시 되짚고 나면

하루는 끝내
영(零)으로 남는다

누구였을까?

내 안의 뜨거운 불길
스러지게 한 이

내 안의 거친 숨결
잦아들게 한 이

혁명(革命)처럼 뜨겁게
가을은 끓고 있는데

누구였을까?

내 안의 수줍은 꽃잎
떨어지게 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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