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해당 이종헌 Nov 03. 2017

지리산 천년송을 카메라에 담는 법

지리산 와운마을 천년송

우화 하나


한 사내가 지리산 천년송(千年松)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벌써 몇 시간째인지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고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이 모습을 보고 사내에게 물었습니다.


“카메라가 온통 소나무로 가득한데 무엇 때문에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 것입니까?”

사내는 나그네의 얼굴을 한 번 힐끗 쳐다보고 나서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듯 셔터를 눌러대며 말했습니다.


“나무 전체를 담으려고 하니 세밀한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고, 반대로 세밀한 부분에 집착하다 보니 전체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요.”


그러자 나그네가 말했습니다.


“설령 천년송의 모습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는다 한들 그것이 어찌 천년송의 참된 모습이겠습니까? 어쩌다 바람이 불고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날이면 천년송은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하늘을 날아오르기도 하는데 그 또한 천년송의 참된 모습은 아닙니다. 그러니 잠깐 동안에 어찌 천년송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나무 아래 앉아 술이나 한 잔 하며 쉬었다 가는 것만 못합니다. "


사내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카메라를 내려놓고 뒤를 돌아보니 나그네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천년송만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고 있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