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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Mar 04. 2018

한국등산사연구회 회지 <와운루> 2호 발간

한국적 등산의 원형 발견을 위한 몸부림

한국등산사연구회(회장 박기성) 회지 <와운루> 2호가 나왔다. 지난 2017년 9월 창간호 이후 1년 반 동안 일제강점기의 근대등반사와 관악산 연구에 주력해온 결과다. 한국등산사연구회는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하는 단체다. 학자 중심의 전문 연구 단체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산악인으로 활동해온 회원들의 뛰어난 현장성과 예리한 감각을 바탕으로 한다. 이들의 활동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선인들이 남긴 유산기를 발굴하고 번역, 정리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직접 유산기를 따라 선인들의 발자취를 추적해보고 바위에 새겨진 인명이나 지명을 확인하며 단절된 유산 문화의 맥을 잇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로 창간호인 <와운루> 1호에서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산국립공원 내 청담동 관련 유산기를 발굴하고 번역, 소개하여 학계는 물론이고 관련 단체, 행정 기관, 산악인들 사이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에 출간된 현해당의 책 <3인의 선비 청담동을 유람하다>(부크크)는 <와운루> 1호를 통해 촉발된 북한산과 청담동에 대한 궁금증의 진일보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와운루> 2호에서는 무대를 관악산으로 옮겼다. 관악산 관련 유산기 15편을 선정하여 해제와 번역문, 원문을 시대별로 정리했다. 각종 옛 문헌에 흩어져있던 유산기들을 한 데 모으고 정리하였으니 이는 학계에서도 아직 시도한 적이 없는 초유의 것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등산사연구회 회원들은 틈나는 대로 관악산으로 달려가 계곡을 훑고 바위를 살피며 그 안에 깃들여있는 바위글씨와 정자, 사찰 등 각종 유물 유적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옛 지명을 찾아내기도 하고 또 사라져버린 옛 지형을 복원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큰 성과는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선 영정조시대의 시인이자 화가요 서예가인 자하 신위를 다시 세상 밖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현재의 서울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관악캠퍼스 자리에는 원래 자하 신위의 별업[별장]이 있었고 그의 선조들이 심은 느티나무와, 정자, 가족묘 그리고 무엇보다 자하계라고 하는 아름다운 계곡이 있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한국등산사연구회 회원들은 이번 <와운루> 2호를 통해 자하 신위에 대한 정당한 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함과 동시에 그가 머물렀던 집과 정자 그리고 지금은 땅속에 묻혀버린 자하계의 물줄기를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선인들이 남긴 유산기의 발굴과 정리 외에 한국등산사연구회의 또 다른 활동은 우리 근대등반사의 연구이다. 일제강점기에 비롯된 서양식 등산이 어떻게 이 땅에 정착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전래의 유산행위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려는 노력이다. 이번 <와운루> 2호에는 이이야마다쓰오(飯山達雄)의 <일제시대 동계백두산등반기>,<한겨울 마천령 ~ 백두산 종주기> 다나카쓰네히사의 <일본근대등산흐름 정관적등산파> 등의 번역문과 함께, 김정태의 <천지의 흰 눈을 밟으며>에 수록된 ‘겨울 백두산’을 특집으로 실었다. 이밖에도 일본과 미국의 근대등반사를 천착한 박기성의 <일본과 미국의 근대등반>도 있다. 영어와 일본어 번역에는 미국과 일본에 활동하고 있는 한국등산사연구회 회원들이 참여했으니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하면서도 그 조직은 가히 국제적이다. 아무쪼록 전래의 유산행위와 근대등반 활동을 한 줄로 세워놓고 연관성을 찾아보려는 한국등산사연구회의 노력이 크나큰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다시 1년 후에 나올 <와운루> 3호를 미리부터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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