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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1. 2018

개구리 우는 밤

아내는 할인을 많이 해준다는 시간을 골라 마트에 가고, 밤마다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아이들의 귀가는 늦다. 아무리 돈이 궁해도 그렇지 한 시간에 겨우 몇 천 원 받는 아르바이트해서 뭐하냐고, 그 시간에 차라리 공부나 하라고 윽박질러도 보지만 하고 싶은 건 많고 돈은 없으니 아이들은 코피를 쏟으면서도 일을 멈추지 않는다. "차라리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는 게 낫지..." 여기저기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며 혼자 중얼거리는 말을 롱이는 알아들었는지 말았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멀뚱멀뚱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한다. 나는 내가 한 말이 꼭 어렸을 적 내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닮았다는 생각에 갑자기 너털웃음을 지었다. 텔레비전 속 어느 산골 마을에선지 한바탕 개구리울음소리가 요란하다. 모깃불 피워놓고 평상 위에 둘러앉아 감자 먹던 시절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개구리울음소리 요란했었다. 오랜만에 개구리 우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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