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해가 기울어 갈 무렵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는
송림동 산 언덕에는
층이 높은 아파트들이 우두커니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밀물과 썰물을 잃어버린 바다는
모눈종이처럼 구획된 해안선을 따라
병자처럼 누워있고
길 잃은 갈매기 몇 마리 쓸쓸히 그 위를 날고 있다
나는 마담도 없는 마담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을 주문해 놓고
이제는 박물관 속으로 사라져 버린
수도국산 달동네를 추억한다
그 많던 사람들과 그 많던 집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는
송림동 산 언덕에는
층이 높은 아파트들만 뻘쭘하게 서서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