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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4. 2018

산다는 것은

까치 울음 소리

유난히 크게 들리는 날

아침 출근길에서 만난

이웃집 남자는

벌써 며칠째

길가에 세워둔 낡은 지게차를 닦고 있다


존재의 근원은 본디 空한 것임을

설파라도 하듯

털북숭이 뺨을 스쳐

빠르게 소멸하는 담배연기

버스정류장 근처의 수은주는

아직 영하를 맴돌고 있다


멀리 남녘땅엔 벌써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데

이제 갓 초등학생 딸 하나를 둔

이웃집 남자는

어젯밤 술 취한 그믐달이 이마를 할퀴고 간

바로 그 자리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힘차게 지게차를 닦고 있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아무쪼록

저렇듯 힘차게 지게차를 닦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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