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해당 이종헌 Apr 14. 2018

홍목련 백목련

몇날며칠 끙끙거리며 낚아 올린 

물고기 한 마리를

동네 단골 술집에 갖다주었더니

마음씨 좋은 주인아주머니

번번이 어디서 이렇게 괴상한 물고기만 잡아오느냐고

뼈도 없이 흐물흐물한 것이 고약한 냄새까지 풍겨

작년겨울에 가져다 준 놈도 못 팔고 내다 버렸다며

마지못해 막걸리 한 병에 두부 반 모를 내어준다


산소호흡기를 단 수족관에는 광어며 우럭, 도다리같은

한눈에 보기에도 살이 통통하고 미끈하게 잘 빠진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데

수족관에도 한 번 들어가보지 못한 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내팽개쳐진 물고기 한 마리

빠끔빠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하따, 홍목련 백목련이 참말 기가 막히게 피어부렀네

눈을 털어내 듯, 옷에 묻은 꽃잎을 털어내며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의 말에

가게 안의 눈들이 일제히 문밖으로 향하는데

나는 그 말이

하따, 홍목련 백목련만도 못한 물고기를 잡아 어디다 쓰겄는가? 하는

소리로 들려 문득 뒤통수가 따가워졌다


놀이터 근처 흐드러지게 핀 홍목련 백목련 아래

아이들이 무리지어 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묵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