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신규교사 임용 연수 선배와의 대화에서 나눴던 인터뷰를 재구성했습니다.놀랍게도 첫 발령 때 어땠는지, 교대생일 때 뭐했는지 지금 잘 기억이 안 남.....ㅎ
1. 처음 발령받고 어떤 점이 힘드셨나요?
* 내일 뭐하지?
* 지금 뭐해야 하지?
* 나 뭐 하고 있지?
2. 아이들에게 상처 받았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 들어줄 만한 사람들에게 털어놓아 봅니다.
* 털어놓을 만한 일이 아닌 경우에는 조용히 울 수 있는 빈 화장실을 찾아봅니다.
* 퇴근해 집에 가서 융숭한 식사를 합니다.
* 상처가 가시지 않으면 일단 생각을 계속하면서 혼자 싸웠다가 화해했다가 비난했다가 이해했다가 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런데 상처에 붙잡혀 있다가도 다음 날 아이 얼굴 보면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선생님이 되었다고 가장 크게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 선생님 자리에 앉아 있을 때
* 졸졸 따라오는 아이들을 이끌고 소풍 가는 버스탈 때나 운동회에서 줄 세울 때
* 애들이 왜 선생님은 소세지 더 많이 받냐고 할 때
*아이들은 앉아서 뭔가 조물대고(그렇게 하라고 시켜놓고) 나는 공문 보고 업무 처리하고 있을 때
* "네, 선생님"하고 전화받고 나서 상대가 교사가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 아, 이제 학생이 아니라 교사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 학기말 생활기록부 행발(행동발달 종합의견)이나 교과평가의견 기록할 때 정말 깊숙이 와 닿습니다.
예: 김학생은 배경지식이 풍부하고 문제해결력이 뛰어나며 진로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가지고 교사를 꿈꾸지만 안돼그거아냐안바꿔줘돌아가
통지표로 선생이 된 기분, 느껴보세요!
4. 교사가 되고 나서 정말로 취미생활을 맘껏 할 수 있나요? 취미생활이 학급운영에 영향을 주나요?
* “대학생 되면 마음껏 놀 수 있나요?”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 좋은 취미는 인생 전반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일도 마찬가지겠죠?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취미로 학급운영을 한다면 특색 있고, 재미도 있고 일석이조일 것입니다.
5. 방학을 보통 어떻게 보내시나요?
* 드라마 몰아보기 같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체력이라면 문화생활로 방학을 채워봅니다. 우리에겐 왓챠와 넷플릭스가...!
* 저는 보통 못 봤던 친구들 만나고, 같이 놀러 가고, 맛있는 것 먹고, 늦잠도 자고 책도 읽습니다. 게으름 방지로 집합연수 같은 장치를 놓아두면 좋습니다.
* 많이 지쳐있을 때는 한국어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갑니다. 다만 해외여행 간다고 하면 '방학 있어 좋겠네' 타령을 무한대로 들을 수 있으니 조심! 코로나는 더 조심!
6. 교직 생활 중에 어떤 점이 제일 힘들고, 어떤 점이 제일 기쁘신가요?
* 고통과 행복이 통합니다. 아이를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마주할 때가 고통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과 애정으로 학생이 달라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만날 때 제일 행복합니다. 종교는 없지만 니버의 기도문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신이시여,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은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소서
7. 교권추락을 실제로 느끼시나요?
* 실제로 체감한 적은 많지 않습니다. 뭔가 당했다고 느낀 적도 있었고, 양쪽에 끼어서 정말 난감하고 힘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원래 일어나는 일인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최근 들어 일어나기 시작한 일인지 구분이 어렵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추락보다는 낙하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가 밀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에 밀려서 교사 스스로 뛰어내린다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