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1학기를 보내게 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3월인데 학교에 아이들이 없다고?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다들 상상력이 지나치다며 웃었을 헛소리였을 테니까.
그런데 진짜였다. 교실에 아이들 소리 대신 송홧가루가 쌓이고, 운동장에는 축구공 대신 비둘기들이 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마치 개업 시즌에 맞춰 힘차게 영업준비를 하다 강제로 임시휴업을 당한 가게 같았다.
아이들이 없는 동안 학교에는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다.
구글에 학교를 검색하면 임시휴업 상태라고 나온다
3월, 선생님들은 케듀파인 대신 금요일 뉴스로 쏟아지는 공문에 익숙해졌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개념 방송 공문인가, 어째서 담당자인 나보다 보호자가 더 빨리 지침을 알고 있는 걸까.
3월 23일에 개학이라고 전화 돌리고 있는데 학부모님이 개학이 다시 연기됐다고, 모르셨냐고 알려주신 경우도 있었다. 교육부, 왜 나만 왕따 시켜...
다음은 온라인 수업. e학습터가 직장이 되는 날이 오다니알고 보면 교육현장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부의 큰그림이었던가.
아침에 와서 아이들을 보고 인사하고, 교과서와 공책으로 공부했었던 날들도 있었지 싶다. 요즘 나는 출근해서 바로 컴퓨터를 켜고 지난주에 세워놓은 가정학습 계획에 따라 미리 올려놓은 강좌를 오픈하고 네이버 폼이나 게시판 댓글, 인증샷으로 과제를 낸다. 진도율을 체크하고 아이들 댓글에 답변을 달고 하나둘씩 도착하는 과제 사진을 확인한다. 와중에 영상이 끊긴다, 로그인이 안된다, 진도율이 안 오른다, 설문 응답 버튼이 안 보인다 등등의 문의에 답하고 코로나 자가검진 잊지 말라고 보호자님께 단체문자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컴퓨터나 휴대폰으로만 이야기하다 보니 전화상담 가능한 사이버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같이 책 보며 설명하면 5분으로 끝날 것을 어떤 형태로든 변환해 전달해야 하니 품이 더 들었다.
나는 올해 학년 연구를 맡아 교육과정을 열댓 번씩 뒤집어엎어야 했다. 정보와 연구를 양쪽에 짊어진 연구부장님이 계획이 또 바뀌었다며 우는 소리를 했다. 이지에듀를 돌릴 때마다 같이 울었다.
감격스러웠던 올해의 첫 급식
수요일부터는 1, 2학년 친구들이 등교를 시작해서 드디어 급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학교에 사람이 없어 점심을 매번 배달이나 도시락으로 때우다가 못해 동학년 선생님들과 반찬을 싸오는 지경에 이르자 급식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벼르고 벼르다 학교에 처음 온 1학년 꼬마들이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떨어져서 서 있었다. 3일 동안 1학년 등교와 급식지도를 도왔다. "친구들과 떨어지세요. 거리 유지하세요." 친구와 거리를 두라니 내가 말하고도 아이러니여서 좀 웃펐다.
학교 바닥에는 노란 발자국 스티커가 붙었고, 교실은 최대한 간격을 떨어뜨린 책상으로 시험장을 방불케 했지만 그래도 학교에 온 꼬마들은 참 즐거워했다. 급식시간에도 "친구랑 말하지 마세요. 앞만 보고 조용히 먹으세요. 다 먹었으면 바로 마스크를 끼세요." 폭풍 잔소리를 반찬 삼아 발랄하게 식판을 비우는 모습이 깜찍했다.
모둠활동 금지. 단체 활동이나 방과 후 활동 자제, 체육은 교실에서, 현장체험학습이나 학교 행사는 취소. 소통과 협력이 필수인 교실에서 두 가지를 모두 금지당하니 등교 후가 조금 깝깝하다. 아이들 파악도 안 되어있고, 학급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도 시급한데 각자 온라인 학습을 잘 하긴 했는지도 모르겠고, 와중에 소독과 발열 검사, 출결관리, 각종 보고와 회의가 줄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