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부부 이야기
공항에서 일한다고 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지금껏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 연예인부터 기업 회장님, 여행 가는 사람들, 강제 추방자, 범죄자까지 공항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콕 집어서 대답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나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항상 이 두 쌍의 부부 이야기를 해준다.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승객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1순위는 무엇일까? 바로 좌석배정이다. 승객들은 창가 좌석과 복도 좌석을 선호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형기 좌석 배열은 3-3-3 배열이거나 3-4-3 배열이라는 것이 문제다. 어느 누구는 가운데 낀 좌석에 앉아 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대부분은 웹사이트나 모바일로 사전 좌석지정을 해온다. 가운데 좌석만 빼고.
이 두 쌍의 부부 이야기는 항상 비행기가 만석인 여름휴가 시즌의 이야기이다. 미처 사전 좌석지정을 해오지 못한 30대의 젊은 부부가 왔다. 당연히 남아있는 자리는 가운데 자리뿐이었다. 나란히 앉아 가지 못하게 된 부부는 그 자리에서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 남편이 부인에게 큰 소리로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미리미리 좌석 지정하라고 했지. 하여튼 게을러 빠져 가지고는 쯧쯧. 나 가운데 껴서 못가 답답해서.”
“미안해... 올 때 비행기는 사전 좌석지정 미리 할게.”
“아 몰라~ 내가 당신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내가 의자 뒤로 풀로 제끼고 가야겠다. 너가 좁게 가라 에이씨~”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소리 지르는 남편을 보는 부인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매우 기가 죽어있었다. 이런 기분으로 여행을 하면 아무리 좋은 여행지를 가도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다음 차례가 되어 내게 온 손님도 정확히 같은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70대의 노부부라는 것만 빼고는. 가운데 낀 좌석밖에 없다는 설명을 드리자 노부부 역시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입에서는 매우 뜻밖의 말이 나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어이구 여행지에서 우리한테 엄청 좋은 일이 생기려고 같이 못 앉아 가는 일이 생기나 보다. 허허. 여보, 우리 잠깐 떨어져 가도 너무 서운해하지 말아요.” “그런데 혹시 우리 할망이라도 복도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 줄 수 없을까요? 나는 아무 자리나 괜찮은데, 우리 할망은 무릎이 안 좋아서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할머니를 따뜻한 말로 달래는 할아버지를 보니 내 마음이 다 따뜻해졌다. 감동적인 말이었다. 같은 상황이었지만 반응이 전혀 달랐던 젊은 부부를 보고 나니 이 노부부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때마침 중간에 낀 자리이지만 앞에 좌석이 없어 다리를 피고 갈 수 있는 자리가 한 자리 나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할머니도 할아버지의 말 덕분에 더 행복한 여행을 했을 것 같다.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들이 그에 대응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이 두 부부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둘 중에 어느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