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25년 12월 25일 저녁 09시 23분
오늘은 25년도 크리스마스다. 작년과 올해 아이들을 위한 산타 선물은 준비하지 않았다. 산타를 언젠가부터 없다는 것을 알아 버렸기에 서프라이즈가 더 이상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복합적인 여건 때문에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대신 무얼 갖고 싶은지 물어보고 산타가 아닌 아빠의 선물로 대체하려 한다. 그렇게도 했고.
첫째가 산타가 없다고 여기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이 갑자기 기억난다. 때는 바야흐로 7~8년 전쯤 모임에서였다. 그날도 학과 선후배 모임이 있어서 우리 가족은 총 출동했다. 이런저런 맛있는 것도 먹고 선후배님들과 이야기 꽃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때 한 T선배님이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야기를 하다가 사달이 났다. 내 옆에는 큰 애가 앉아 있었는데…..
형님은 조카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산타로 변신할 예정이라며, 작년에도 그렇게 했더니 조카가 너무 좋아했다면서, 이번에는 어떻게 좀 더 업그레이드된 산타로 변신을 하면 좋을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들놈이 다 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물어본다
“산타할아버지가….” 첫 산타할아버지 단어를 듣고 난 놀랬었고, 그다음 단어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뉘앙스는 산타는 없다, 이제까지 자기가 속은 건가? 이런 느낌의 대화를 나눴던 거 같다. 갑자기 산타의 비밀을 알게 된 아들도 충격이었고, 나도 그 산타를 오래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고 나도 아들이 다 들어버림을 알게 되어 놀라고 있었다. 그 이후로 아들은 산타가 없다고 동생에게도 사실을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그때마다 동생은 오빠는 거짓말쟁이라며 들으려 하지 않았고 지금도 크리스마스 저녁이 지나가지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줄 거라며 아는 듯 모르는 척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를 믿었을 때가 생각이 난다. 예전과 다름없는 크리스마스 아침이지만 어딘가로 가보면 선물이 있었고, 그 선물을 받고 엄마, 아빠에게 자랑하러 오던 모습이 너무나 즐거워 보였고 행복해 보였었다. 덩달아 준비한 우리도 행복했고 준비한 보람을 느끼며 즐거웠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기대할 수도 없고, 그런 기쁨도 누릴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매번 크리스마스 때 무얼 사야 하고 어떻게 선물을 숨겨야 하는지가 고민이기도 했는데, 그래도 애들이 기뻐할 모습에 그 고단함이 그리 큰 어려움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수고로움은 없어졌지만, 애들과 나눌 수 있는 이벤트가 하나 없어진 게 너무 서운하고 아쉽다.
산타의 선물을 받았다며 놀라던 함성과, 웃는 얼굴로 다가와 자랑하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웠는데, 그런 모습을 오래 보고 싶었는데, T선배의 산타계획으로 인해 우리 집 산타는 영영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아직 몇 년 더 산타 선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릴 수 있었는데 너무 빨리 찾아온 게 아닌가 서운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산타 선물을 받지 못했을 땐 “너희가 착한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러겠지” 하며 다음에는 꼭 산타의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좋은 일 착한 일 많이 하라며 충고를 하며 넘어가곤 했는데, 이제는 뭐 산타의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 미안함도 없고, 핑계는 ‘예전처럼 니들이 착한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러겠지’ 하면서도, 한편으로 ‘니들도 다 알잖아.’ 이런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대면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이 빠지면, 이건 그냥 평일과 다름없을 것이다. 나는 작년과 오래 그냥 휴일을 보내고 애들에게 선물도 못해주고 있다. 안 해주는 게 아니라 못해준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냥 이 분위기에 취해서 보통선물을 하기보단 정말 필요한 것을 물어보고 해 주려는 나의 원칙 때문에 못해줬다. 이 원칙을 얼마나 더 고수할지 모르지만 산타의 존재를 알게 된 아쉬움이 짖게 베어 아직 나는 그 충격을 못 벋어나고 있는 듯하다. 애들은 벌써 잊고 새로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데, 나만 아직 우리 애들이 방긋 웃고 선물을 받고 웃던 그 크리스마스를 못 잊고 애타게 찾아 헤매는 것 같다.
이제는 예전 우리의 크리스마스를 보내주고 새로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야 할 텐데. 하루빨리 나에게도 새로움이 익숙한 크리스마스가 왔으면 좋겠다. 애들에게 산타할아버지 선물이라고 밝히며 내가 선물을 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애들도 다 알겠지만 그날만은 나의 거짓말을 이해해 주며 모두 어릴 때와 같은 반응을 보여주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산타가 있다면 나의 이런 소원을 들어줬으면. '산타할아버지 제가 원하는 선물은 우리 애들이 어릴 때처럼 할아버지 선물을 받고 좋아하던 그런 크리스마스를 또 맞이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외치고 싶다.
예전 아이들이 선물을 받고 방긋웃던 그 크리스마스처럼, 다시 아니 여러번 그런 날을 맞이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