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 경고등이 켜진 밤

경고등 하나로 시작된 새해 다짐

by 시쓰남

엔진오일 경고등이 켜진 밤

26년 1월 12일 저녁 06시 05분


집안 행사가 있어서 군산에 다녀왔다. 300Km를 가야 하는 길, 가는 동안 평안했는데 100km를 남겨두고 계기판에 엔진오일 경고등(빨간색)이 들어와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운전을 하게 되었다. 뒷자리 아들은 갑자기 심박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나며 덥다고 했다. 운전은 내가 하는데 왜 뒷좌석에서 그럴까? 아들혼자서도 차량에 이상이 생겼을 때를 가정하며 혼자 살 궁리를 한 것 같았다. 정도 없는 놈.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모두 타고 있는데 지 혼자만 살 궁리를 하다니. “혼자라도 살아남을 수 있으면 살아야지”라는 대답에 ‘ 니 똥 굵다’가 나올 뻔했다.

나는 운전석 시트를 어루만지며, ‘오닉아, 100km만 힘내자,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멈추면 나도 그렇지만 우리 가족 어쩌냐’ 라며 부탁을 했더랬다. 도착시간도 1시간 넘게 남아 있는데, 추운 겨울에 그것도 밤에 고속도로에서 조난을 당할까 봐 나도 심히 걱정을 했다.


엔진오일에 불이 들어오면 바로 시동을 끄고, 견인조치를 하라던 블로그를 봤다. 그걸 안 봐서 몰랐다면, 무심하게 ‘이게 왜 이러지?’ 하며 운전을 했을 텐데, 이전에도 이런 일이 한번 있었기에(진작 정비소 가서 점검을 받았어야 했는데) 검색만 한번 해 보고 지나쳤다.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는 ‘안전불감증’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블루핸즈를 찾아갔다. 엔진오일 경고등이 들어온다며 아주 진지한 얼굴로 정비소 엔지니어 분께 정중하게 상태를 말씀드렸더니, 보닛을 열어보시고 엔진오일을 체크하시며, "오일도 적당히 있고 아마 센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오일 교환할 때 센서를 같이 수리하시면 될 거 같다"는 처방을 받았다. 한마디로 센서오류 같다는 말씀에 얼마나 가슴이 놓이고 시름이 사라지던지.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정비소를 빠져나왔다. 차가 상했으면 어쩌나, 수리비 많이 나오면 어쩌나. 이런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걱정하게 만들었는데, 일단 엔지니어께서는 ‘센서오류’로 의심을 하셔서 그 말을 굳게 믿게 본가로 돌아왔다. 엔지니어가 진단했으니 100% 맞을 거다.


이렇게 믿는 게 내 정신건강에도 좋고, 가족들에게도 좋을 거라는 생각으로, 혹 아니면 나도 그렇지만 우리 오닉이 한테는 치명적일 텐데. 그래도 무사히 집으로 다시 복귀하는 300km도 잘 타고 왔다. 우리 집 오닉이는 건강하고, 충실하며, 나의 든든한 길동무 이자 친구다.(센서오류가 확실하다.)


군산에 1박 2일 있었는데 눈도 맞고 제법 겨울다운 풍경을 느끼고 왔다. 그 바람에 오닉이는 엄청 더러워졌고, 목욕시켜야 하는데 이것도 귀차니즘으로 미루고 있는데 이번 주 중에 목욕을 시켜줘야겠다. 센서 오류로 우리 가족에게 자신에 대해 신경을 쓰라고 경고한 것 같으니 새해도 되었고, 올해는 오닉이에게 더 다정하고, 친근하고, 목욕도 자주 시켜주는 주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어둡고 한산한 고속도로에서 엔진오일 경고등과 마주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량에는 이런저런 센서가 있어서 차량에 이상이 생기면 알람을 주는 센스라도 있는데, 우리들의 삶엔 센서가 없다 보니 몸에 이상이 오는 징후를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검진을 하다 몸의 이상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다른 증상으로 병원 찾았다가 뜻밖의 병을 발견하는 것들을 보면, 차량의 센서 같은 게 우리들에게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공상과학영화처럼 몸속에 로봇이 돌아다니며 온갖 병을 치료하는 날이 내 살아생전에 올 수 있을 런지?

그러고 보니 어릴 때 본 영화가 생각난다. 자그마한 구조정 같은 걸로 우리의 신체를 탐험하던 영화. 30년도 넘은 영화였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아프면 건강관리를 한다. 아프기 전에는 잘 모르니까. 경고등이 뜨니 차량을 정비소에 데리고 간다. 평소에는 불편함을 몰랐으니. 사전에 운동하고 미리 차량도 점검을 받으면 참 좋을 텐데. 아직 나에게 그런 ‘유비무환’의 정신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는 요 며칠이었다.


이제 미리 준비하는 삶을 살아보겠다. 새해라 그런지 자꾸 다짐만 하는데.

올해 다짐 추가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걱정을 덜 하는 한 해를 만들어 보자.


모두 올해 준비들 잘하시고요 건강하세요. 차량이 있으신 분들은 점검도 자주 하시구요.

엔진오일 경고등으로 식겁했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로 전기차로 바꿔야 하나를 잠깐 고민했더랍니다. 참 간사하죠… 에구.. 오닉아 미안타. 너에겐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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