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시간
26년 1월 13일 저녁 09시 33분
요 며칠 겨울 같다. 밖에 나가면 바람이 차고, 출근하는 길을 되돌아서 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씨다. 이래야 겨울이겠지. 그래야 더 더운 여름이 다가올 것이고. 아직까지 이번 겨울에는 한파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내일부터 시베리아 제트기류가 한반도로 날아와 “누가 날 불렀나” 하려나. 입이 방정이지. 속으로 이런 걸 생각해 봤다는 거다. 다행히 덜 추워서 아직 아침에도 찬물로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한다. 예전 겨울 같았으면, 온수가 나오길 기다리며 거울에 입김을 불고 있었을 텐데, 다행히 그러지 않아 온수도 아끼도 난방비도 아끼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만 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고. 나는 그 시간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게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건 나의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1만 시간이라…
1만 시간 나누기 24시간 하면 걸리는 일수가 나올 것이다. 약 418일.
24시간 하루 종일, 418일을 투자해야 한다. 잠도 자야 되고 잠깐 쉬기도 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여행도 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일에만 오로지 매달려야지 도달할 수 있는 시간. 가히 범접하기 어려운 숫자일 것이다. 무작정 저 시간에 도달하려고 하다 보면 분명 죽을 것이다. 기네스북에 최장으로 수면을 하지 않은 시간이 몇 시간인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아무리 길어도 1주일도 못 넘겼을 것 같은데.
이런 제약 조건을 극복하고 꾸준히 투자해야 하는 시간. 1만 시간의 위엄이 높아 보인다.
나는 무엇을 위해 1만 시간을 투자해 왔나 뒤돌아 보았다. 직업을 가지기 위해 전공을 공부했고, 업무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 틈틈이 동향이나 신기술등을 찾아보기는 했지만 따로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나에게 1만 시간의 흔적은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1만 시간의 흔적들을 만들어 보려 한다.
1. 독서 1만 시간, 하루에 2시간씩 독서를 한다고 했을 때 5000일이 걸린다. 다시 5000일은 13.7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2시간씩 독서를 한다는 조건으로 정말 오랜 시간이다
2. 그럼 만약 2시간이 아니라 4시간으로 설정한다면, 2500일, 6.85년
초등학교 때부터 글을 읽을 줄 알았으니, 그때부터 매일 4시간씩 읽었더라면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여름방학 지나서 아마 1만 시간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조건이다.
3. 만약 내가 매일 8시간씩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1250일. 약 3.4년
이승환 형님의 ‘천일동안’이라는 노래보다 250일 더 많은 시간, 천일이 거의 3년이었으니, 3.4년.
내가 만약에 고등학교 때 1학년부터 8시간씩 모든 수업시간에 공부보다 독서에 집중했다면 졸업 후 20살 5월쯤이면 1만 시간에 도달했을 것이다. 오로지 일과가 먹고, 자고 책 보는 3개의 루틴으로 이루어진 삶. 이런 삶을 3년 조금 넘게 해야 도달한다는 1만 시간.
2시간씩 하자니 13.7년이 걸리고 4시간씩 하자니 살짝 부담이고 그렇다고 8시간씩은 절대 못할 것 같고. 이거 어떻게 해야지. 1만 시간을 빨리 채운다고 해서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누구와의 경쟁도 아니고 나 스스로 목표를 정해서 하는 건데 빠르고 느림이 뭐가 중요하겠나. ‘꾸준하게 그 목표를 향해서 전진한다는 게 의미 있는 거’로 살짝 포장을 해가면서 그냥 즐기면서 실행해 보려고 하는 나의 잔머리 심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 즐기면서 채워 보련다. 1만 시간 최소한 하루에 2시간씩은 해야 14년쯤 걸린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우리 애들 결혼하기 전에는 마칠 수 있으려나? 혹 성인이 되자마자 갑자기 배우자를 데리고 와서 독립하겠다고 하진 않겠지.(속으로 바라는 희망사항이지만)
지금 나이 이제 49이니까. 그동안 읽었던 시간 소급적용하고 이래 저러 좀 할인받으면 60살이 되었을 때 나에게 1만 시간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해보자. 나의 60에 이 시간을 선물해 보는 걸로 다짐해 본다. 오늘도 다짐인데, 무슨 새해 특집도 아니고, 계속 다짐의 연속이다.
의미가 좋다. 60이 되던 해에 1만 시간 선물하기. 이 선물을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은 아이디어 같다.
‘60에 나에게 주는 선물’ 선물 이름까지 만들었다. 이 선물을 받기 위해 나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이 선물을 받기 위해 많은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오늘 읽지 않으면 내일은 안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제 다짐처럼 유비무환의 정신 모드를 항상 ‘ON’하고 살 것이다. 갑자기 새로운 목표가 생겨 신난다. 빨리 책을 보고 싶다. 60에 받을 선물을 생각하니 내가 대견해 보인다. 이제 철드는 건가?